[향기박사 문제일의 뇌이야기] 속삭이듯 위로해주면 덜 아파요

  • 문제일 DGIST 뇌과학과 교수
  • |
  • 입력 2022-08-06 17:05  |  수정 2022-08-07 16:43  |  발행일 2022-08-08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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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일 DGIST 뇌과학과 교수·대학원장

대구의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열대야로 잠을 이루기 쉽지 않아 뒤척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향기박사는 빗소리를 녹음하여 들려주며 잠이 잘 오게 한다는 유튜브 동영상을 틀어놓고 잠을 청해보기도 하였습니다. 

 

영상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정말 빗소리를 듣다보면 더운 것도 조금 덜 느끼고 잠을 자는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더위를 느끼는 체감각과 소리를 듣는 청감각이 뇌 속 어디선가는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1960년대 치과의사들이 치과수술 중에 음악을 들려주면 환자들이 통증을 덜 느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이래, 청감각이 체감각을 조절하는 명확한 기전을 밝히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2년 7월 이런 노력의 결과가 일부 발표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통증을 줄여주는데 모차르트의 음악이나 빗소리처럼 특정 음악이나 소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변 소음 대비 음악과 소리의 세기 차이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미국 국립보건원 Yuanyuan Lie 박사와 중국 안후이 의과대학교 Wenjuan Tao 교수, 중국 과학기술대학교 Zhi Zhang 교수 주도로 구성된 국제연구팀은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쥐에서 청각 피질이 기능적으로 통증과 관련된 영역과 연결되어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소리를 처리하는 뇌 영역인 쥐의 청각 피질과 감각 처리의 중심인 시상의 특정 밀집 지역을 연결하는 신경회로망을 발견했고, 이 신경회로망이 통증 억제에 관여할 것으로 보고하였습니다. 또한 소리가 주는 진통 효과는 주변 소음에 비해 5데시벨 정도 높은 경우에만 효과적임을 발견했습니다. 즉 주변소음을 다 상쇄할만한 큰 소리가 아니라 주변소음보다 조금 높으나 전반적으로는 낮은 소리가 청각 피질과 시상 사이의 신경학적 신호를 무디게 하여 시상에서의 통증 처리를 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합니다. 

 

이는 일상 소음이 45 데시벨이라 가정할 때, 50 데시빌 정도의 크기의 소리나 음악이 효과적이고, 이보다 큰 소리를 들려주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는 것입니다.


정리해보자면 소리를 통해 통증을 줄이려면 주변소음에 비해 5 데시빌 정도 차이 나는 음악이나 소리가 효과적이란 것이죠. 그러니 향기박사가 빗소리로 더위를 잊고 평안한 잠을 들고 싶다면, 큰 소리로 빗소리를 틀어놓는 것보다는 주변소음보다 5 데시빌 정도 큰 소리로 빗소리를 틀어주는 것이 정답이겠죠? 늘 향기박사에게는 무서운 치과 드릴의 소리를 주변소음보다 5 데시빌만 크게 들리는 기술로 개발한다면 마취없이 치과치료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유쾌한 상상도 해봅니다. 또 감마파가 알츠하이머 치매환자의 증세를 완화한다고 하니 주변소음보다 5 데시빌 높으면서 감마파가 강조된 음악이나 소리를 만들면 치매도 예방하고 통증도 줄이는 기술도 가능하겠죠? 이런 신통방통한 뇌산업들이 한국뇌연구원이 위지한 대구에서 더 많이 활성화되면 좋겠습니다.

<DGIST 뇌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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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일 DGIST 뇌과학과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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