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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 경북본사1부장 |
영남일보는 지역신문일까, 지방신문일까. 또 지역자치가 맞을까, 아니면 지방자치가 적절할까.
예전 대학 전공수업 중에 지역과 지방의 차이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대구는 지방이냐 지역이냐 라는 논제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2시간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 같이 수업을 듣던 사람 중 누구도 뚜렷한 정의를 내리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쉽게 혼용해 쓰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지역과 지방이다.
지방(地方)이라는 말은 중앙과 대비되는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지방은 중앙의 지도를 받는 아래 단위의 기구나 조직을 중앙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또 '서울 이외에 있는 것'이라는 뜻으로 적혀있다.
반면 지역(地域)이란 말은 '일정하게 구획된 어느 범위의 토지'나 '전체 사회를 어떤 특징으로 나눈 일정한 공간 영역'으로 정의하고 있다. 지역은 동일한 문화나 통치범위, 지리적 동질성을 말하는 것이지 중앙에 대한 하부개념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방이라는 용어는 업무의 중앙집중화가 강한 행정부서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행정적 개념으로 '지방선거, 지방자치, 지방대학, 지방 국세청, 지방법원' 등의 표현을 쉽게 볼 수 있다. 전국이 아닌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서울이나 중앙의 부속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물론 서울지방국세청과 같이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명칭도 있지만.
'말은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라는 속담처럼 유능한 사람들은 서울로 가고 지방에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지방패배주의'의 뉘앙스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중앙과 지방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접근하기엔 세상이 너무 많이 발전했다. 중앙이 먼저 발전해야 지방도 발전할 수 있다는 수도권주의자의 낙수이론은 디지털 전환시대에는 너무나 구태의연하다.
이는 스타벅스의 생존전략 변화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스타벅스가 처음 세계로 퍼져 갈 수 있었던 것은 획일화 전략 때문이었다. 한국을 가든 일본을 가든, 혹은 유럽을 가든 스타벅스라는 가게에서는 같은 인테리어와 커피 맛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글로벌 스탠더드 전략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치명타를 맞고 이후 지역화로 전략을 바꾸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헌법개정까지 요구하며 중앙과 수도권을 향해 외치는 소리도 서울과 수도권이라는 획일화 전략으로는 경북도는 물론 대한민국의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거나 수도권에 거주한다고 혜택을 받지 않고 똑같이 인간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 대도시로만 향하는 유목민 국가가 아니라 태어나 그곳에 살다가 죽는 정주민 국가로 되돌아 가야 지방소멸에 따른 대한민국 소멸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명칼럼리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교통과 통신수단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세계 어느 곳에서나 같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같은 라이프 스타일을 영위할 수 있는 평평한 사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서울과 다른 지역의 정보 및 생활 격차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지방'이라는 단어는 맞지 않는 옷처럼 어색하다.
홍석천 경북본사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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