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VUCA시대 경북의 새로운 '치즈'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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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8   |  발행일 2022-09-28 제26면   |  수정 2022-09-28 06:47
'누가 내 치즈를…'처럼
현대사회에서 변화는 필연
새 치즈는 준비된 자의 몫
메타버스라는 치즈 찾는
이철우號 행보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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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 경북본사1부장

대학생인 딸아이가 갓 글을 읽기 시작했을 무렵, 소리 내어 책을 읽는 모습이 보고 싶어 두서없이 사서 모은 책 중 아직 기억에 남는 게 있다. 미국의 작가 스펜서 존슨이 쓴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이다.

아이를 위해 구입한 책인 만큼 내용은 의외로 단순하다. 미로 속의 치즈를 찾아다니며 살아가는 생쥐인 스니프와 스커리, 꼬마 인간인 헴과 허의 이야기다.

어느 순간 이들의 행복을 보장해 주던 창고 속의 치즈는 점점 줄어들게 된다. 직관력이 뛰어난 생쥐는 치즈가 줄어드는 것을 알아차리고 새로운 치즈 창고를 찾아 나서지만, 인간은 새로운 창고를 찾기보다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생각만 하며 분노하며 지낸다. 인간 중 허는 새로운 치즈를 찾아 나서지만 헴은 허의 충고마저 무시하며 옛 창고에 남아 치즈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두 생쥐와 허는 변화를 깨닫고 도전에 나섰지만 헴은 현재에 안주한 것이다.

삶의 목표이자 추구하는 방향을 의미하는 '치즈'를 놓고 두 생쥐와 꼬마 인간 두 명이 어떻게 변화에 대처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주인공들을 통해 안주의 유혹과 실패의 두려움에 대처해 나가는, 변화와 현실에 대처하는 우리의 모습을 비유한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하루하루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발간된 지 20년도 더 된 책을 다시 꺼내 든 것은 여기에 담긴 내용이 현재의 우리가 필요로 하는 부분과 놀랍도록 일치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현대사회를 지칭하는 말 중 하나는 '뷰카(VUCA)'다.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앞글자를 딴 이 용어는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즉각적이고 유동적인 대응 태세와 경각심이 요구되는 상황을 나타내는 군사용어다. 그러나 요즘은 변동성·불확실성·복잡성·모호성이 일상이 된 시대를 지칭하는 말이 됐다.

경북도는 '안동국제컨벤션센터' '세계유교문화박물관' '한국문화테마파크' 등 경북 최대 3대 문화권 핵심 사업을 기반으로 '메타버스 수도'라는 새로운 치즈를 향해 느리지만 큰 걸음을 내딛고 있다.

처음 경북도가 메타버스 산업 육성을 들고나왔을 때 대체적 반응은 두 생쥐를 바라보는 헴과 허의 모습이었다. 조금씩 줄고 있지만 쉽게 얻을 수 있는 치즈를 놔두고 새로운 치즈를 찾는 경북도를 향해 '생뚱맞다'거나 '수도권도 아닌 경북이 어떻게'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사람 중 치즈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생쥐'의 모습을 보기 어렵다. 되레 치즈가 사라진 창고에서 굶주리고 있는 헴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를 지향하지만 물리적 한계는 없다. 경북이라고 해서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물론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뷰카라는 미로 속에서 경북이 어떻게 메타버스라는 치즈를 발견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에는 '오래된 신념이 새 치즈를 찾도록 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혼돈의 시대엔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히 치즈는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온다. 그리고 준비된 사람만이 그것이 치즈라는 것을 알아본다. 메타버스라는 치즈를 잡기 위한 미로 속으로 도전하는 경북의 준비에 기대감을 높여 본다.
홍석천 경북본사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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