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NFT 혁명은 지금부터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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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6  |  수정 2022-11-16 06:49  |  발행일 2022-11-16 제30면
FTX파산, 루나·테라 사태 영향

NFT투자시장 급격히 얼어붙어

시장 참여자 옥석가리기 필요해

경북도 SBT 활용 사업 검토 등

투기 아닌 기술·문화로 발전 중

[동대구로에서] NFT 혁명은 지금부터
홍석천 경북본사1부장

#1. 대체불가토큰(NFT), 가상화폐 등 디지털자산 거래소 FTX가 얼마 전 파산했다. 부채만 우리 돈으로 66조원에 이른다. 자체 발행한 디지털자산인 FTT를 담보로 거액을 빌린 게 밝혀지면서 투자자의 불신을 키워 사태가 커져 갔다. 지난 5월 루나·테라 사태에 이어 크립토 윈터(디지털자산 시장의 하락기)가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2. 멕시코의 가상화폐 사업가인 마르틴 모바라크는 올해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1천만달러(140억원)짜리 그림을 NFT로 팔겠다며 원본을 불태웠다. 그 작품은 칼로가 일기장에 그렸던 1944년 작 채색소묘 '불길한 유령들'이었다. 이 그림을 담은 NFT 1만개를 제작해 판매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10개도 안 되는 NFT만이 팔려 적지 않은 손실을 보고 있다.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에서는 항상 새로운 것을 갈망하며, 새로운 것이 출현하면 열광한다. 해상무역을 독점하며 경제 패권을 잡았던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버블', 18세기 초 영국 금융시장을 붕괴시킨 '남해회사 거품'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NFT가 이런 운명의 기로에 있다. 마치 벤처 붐처럼 뜨거웠던 NFT시장은 과도기를 향해 가고 있다. 수백억원을 호가하던 NFT 자산 중에는 99%라는 기록적인 손실을 입기도 했고, NFT미술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비플 역시 작품 판매가격이 1년 만에 10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NFT 시장이 활성화된 건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부양을 위해 공급됐던 엄청난 유동성 덕이다. 여기에 희소성 또는 투자자산으로서의 안전성이 투자자의 믿음을 얻었다.

하지만 NFT는 대부분 가상화폐로 결제가 진행되기 때문에 가상화폐의 가치가 흔들리면 가격 급락은 불가피하다. FTX파산처럼 가상화폐 시스템이 불안정해지면 NFT도 영향을 받는다. 시장의 유동성 잔치가 끝나면서 위험자산으로 인식되는 암호화폐와 여기서 파생한 NFT 시장에서도 점차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지금은 어떻게 보면 NFT 시장의 옥석이 가려지는 단계에 있다. 투자자와 생태계 구성원은 거래시장이 급랭하는 가운데 혹독한 검증까지 거쳐야 하는 시기가 왔다. 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서 기회가 싹 튼다. NFT산업이 미술품, 게임아이템 등 원시적인 모습에서 탈피해 새 형태의 산업으로 바뀌는 사례도 나온다.

메타버스 수도를 지향하는 경북도는 최근 공무원 위치인증 소울바운드토큰(SBT) 사업을 검토 중이다. 공무원은 출장을 가면 출장지에 방문한 이력을 증빙하기 위해 영수증을 챙겨야 한다. 이에 행정·자원적 낭비에 대한 지적이 적지 않았는데 해결책을 찾아낸 것이다. SBT는 타인에게 지급하거나 판매할 수 없는, 자신의 전자지갑에 완전히 귀속되는 개념으로 NFT의 확장판이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메타버스 시대에 NFT는 더는 단순한 투자상품이 아닌 산업서비스의 영역으로 올라서고 있다. 세계적인 NFT 전문가이자 경북도 NFT 명예자문관이기도 한 롤프 회퍼 박사가 말한 게 NFT의 미래인지 모른다. "NFT는 현재 성장 단계 중 기술을 넘어 문화의 단계로 들어섰으며, 철학에 다가갈 수 있도록 참여자들은 노력해야 한다."
홍석천 경북본사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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