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률 가이드] 코로나와 비대면 진료

  • 최영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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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07 07:20  |  수정 2023-02-07 07:20  |  발행일 2023-02-07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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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코로나19 사태는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마스크가 생활 필수품이 되었고 재택근무와 화상회의가 이제는 익숙해졌다. 회식 문화도 사라졌다. 외식업계와 같이 치명타를 입은 산업군도 있지만 반대로 기회가 된 분야도 있다. 비대면 진료 및 약 배달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집에서 전화로 진료를 받고 약까지 집으로 배달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서비스가 왜 이제까지 안 되고 있었던 것일까?

의료법에 그 이유가 있다. 의료법은 '되는 것 빼고는 원칙적으로 안 되는' 대표적인 포지티브 규제 중 하나다. 의료인은 원칙적으로 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해야 하고(제33조 제1항),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아니면 진단서 등을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법 제17조 제1항). 또한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에게 교부 또는 발송할 수도 없다(법 제17조의2 제1항). 대면진료 원칙은 이 조항에 근거한다. 의료법에서 '원격의료'라는 표현이 등장하나 이 원격의료는 의사와 의사 간 협업을 의미할 뿐 멀리서 환자를 진찰한다는 '비대면 진료'의 개념은 아니다.

법원은 의사가 원격지에 있는 환자를 진료하는 게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6도309 판결 등). 다만 '진찰'은 문진 외에도 시진, 청진, 타진, 촉진 기타 각종의 과학적 방법을 써서 검사하는 여러 검진방법을 포함한다고 보아(대법원 1993. 8. 27. 선고 93도153 판결 등), 전화통화 등 비대면으로 의료행위가 이뤄졌더라도 의사가 스스로 진찰을 했다면 직접 진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0도1388 판결,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4도9607 판결 등).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개별 사례에서 예외의 범위를 해석한 것에 가까울 뿐 '비대면 진료=의료법 위반'이라는 대원칙에 변경은 없고 헌법재판소 역시 다르지 않다(헌법재판소 2012. 3. 29. 선고 2010헌바83 전원재판부).

이처럼 비대면 진료 및 약 배달 서비스는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에 가까웠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감염병예방법이 개정돼 위기단계 '심각'이 유지되는 한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보건복지부 역시 별도 공고를 통해 위기경보 발령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 및 의약품 제조의 예외를 허용함으로써 규제를 일부 완화한 바 있다.

결국 비대면진료를 전제로 한 일체의 서비스는 의료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코로나 사태가 계속해서 심각하게 유지되어야만 성립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다.

코로나 감염병 위기단계는 현재까지도 심각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렇다면 위기단계가 격하된다면? 현재의 비대면 진료 산업은 원칙적으로 모두 위법하게 되므로 현재와 같은 사업모델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보건복지부에선 비대면 진료를 공식적으로 법제화함으로써 일정한 기준을 정하겠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현재 여·야도 공히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해서 논의 중이다. 아마도 일정한 범위에서 비대면 진료가 의료법 체계 내로 편입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현재 논의되는 의료법 개정안들 역시도 비대면 진료를 일정 범위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공식화하자는 것이므로 어디까지 어떻게 허용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규제 이슈는 한 산업분야 전체를 좌우하는 강력한 변수가 된다. 맞닥뜨리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문제가 된다면 셋 중 하나를 택일 할 수밖에 없다.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법적 방안을 전문가와 상의하거나, 입법부를 통해 법을 바꾸거나, 아예 사업을 접는 것이다. 좋아 보이더라도 남들이 하지 않던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면 꼭 한 번쯤은 '규제'라는 토픽을 떠올려 보자.

최영재〈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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