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히말라야시더, 떨고 있니?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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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15 06:40  |  수정 2023-03-15 06:53  |  발행일 2023-03-15 제27면

한여름의 더위를 생각한다면 히말라야시더(Hymalaya Cedar)는 대구에 꼭 있어야 될 나무다. 우선 이름이 눈 덮인 히말라야 산맥을 연상케 하여 시원한 느낌이다. 히말라야는 눈을, 시더는 삼나무를 뜻한다. 중국에서는 설송(雪松)이라 부른다.

최대 50m까지 자라며 가지를 옆으로 길게 뻗고 바늘형 잎이 촘촘히 달린다. 가지가 높은 곳까지 겹겹이 쌓여 두꺼운 그늘을 만든다. 이 때문에 이 나무 그늘은 여느 나무 아래보다 시원하다. 우리나라 이름 '개잎갈나무'는 잎갈나무에서 연유한다. 히말라야시더는 같은 소나무과의 잎갈나무와 형태가 매우 비슷하나 잎갈나무와 달리 잎을 갈지 않는 상록수다.

수령 50년이 된 동대구로의 히말라야시더 가로수는 대구시민들에게 매우 특별하다. '동대구로=히말라야시더 거리'라는 인식이 깊이 새겨져 있다. 시내버스를 타고 졸다가도 이 나무를 보면 동대구역에 가까이 왔음을 알게 된다. 외지인들은 동대구로보다 '히말라야시더가 많은 길'이라고 말한다.

이 히말라야시더는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뿌리를 깊이 박지 못하는 특성이 있어 태풍에 쓰러지고, 그럴 때마다 가로수로 적당치 않다며 다른 수종을 심어야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론조사나 도시녹지위원회의 의견을 빌미로 모두 뽑아내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때마다 시민들이 나서서 지켜냈다. 이제 엑스코 철도가 다시 이 나무들을 위협하고 있다.

대구 시내에 동대구로보다 더 좋은 가로수 길은 없다. 더 이상 대구의 명물 히말라야시더를 떨게 해서는 안 된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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