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위험한 가로수

  • 이하수
  • |
  • 입력 2023-04-18  |  수정 2023-04-18 08:35  |  발행일 2023-04-18 제23면

화물차가 들이받은 가로수가 넘어지면서 다른 차량을 덮쳐 차 안에 있던 운전자가 숨졌지만 화물차 기사에게 무죄가 선고된 사례가 얼마 전 보도됐다. 서울 성북구의 한 도로에서 화물차가 주차를 하다 가로수를 들이 받았으며 그 가로수가 약 1분 뒤에 쓰러지면서 다른 차를 덮쳐 40대 운전자가 15일 만에 숨진 사고였다.


재판부는 화물차가 가로수를 충격한 정도가 심하지 않으며, 가로수가 이미 썩어 있던 만큼 화물차의 충격으로 나무가 넘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가로수가 썩은 사실은 부러져서 드러난 속을 봐서 쉽게 알 수 있었겠지만, 멀쩡한 듯 서 있을 때도 수간 하부에 버섯이 피어나고 나무가 기우는 등 언제든 쓰러질 징후가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살아 있는 나무에서 돋아나는 버섯은 겉은 멀쩡해도 속이 썩고 있다는 징표다. 더욱이 가로수가 불안하다는 주민 신고도 있었다. 그런데 사고 전 구청 조경팀이 서너 차례나 문제의 가로수를 관찰하였으며 전도될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만약 공무원들이 주민의 신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수목 비파괴 단층촬영기 등을 활용해 부패 상태를 정확히 진단했으면 방지할 수 있었을 사고였던 것이다.


산림청은 해마다 수십억 원을 들여 전국의 보호수에 대해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지역 내의 가로수 안전 대책은 지자체의 몫이다. 수령 수백 년의 보호수뿐만 아니라, 뿌리 생장이 제한된 환경에서 자라는 도시의 가로수도 전문가의 안전진단이 꼭 필요하다. 사고는 서울에서 났지만 위험한 가로수는 대구와 경북을 포함, 어느 도시에든 존재한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나무의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