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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가 국내에 출시된 지 한 달을 맞았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 가운데 지난달 21일 도입된 애플페이는 이제 일상 곳곳에 제법 스며든 모습이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수수료 문제 등을 손꼽으며 여전히 애플페이 도입을 망설인다. 일부 소비자들도 교통카드 기능 부재, 가맹점 부족 등 각종 불편에 애플페이 사용에 고민하긴 마찬가지다. 아직 시장 안착화로 갈 길은 멀어 보인다.
19일 오전 11시쯤 대구 중구에 위치한 여러 프랜차이즈 카페·편의점 등에는 '애플페이'를 나타내는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 애플페이 가맹점주들은 이제 소비자들이 애플페이에 상당히 적응한 모습이라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편의점 직원은 "처음엔 매장에 애플페이 스티커를 붙여둬도 애플페이 사용할 수 있냐고 묻는 분들이 제법 있었는데 이제 고객 대부분이 애플페이에 익숙해진 듯하다"면서 "도입 당시와 비교했을 때 사용량도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에 애플페이 서비스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국내 카드사 중 유일하게 애플페이 서비스 제휴를 맺고 있는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출시 이후부터 이달 11일까지 3주간 애플페이 가입자가 2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또한 결제승인 기준 8만6천여 개 가맹점에서 애플페이가 사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카드를 찾는 고객도 느는 분위기다. 19일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3월 넷째 주 신용카드 부문에서 '현대카드 제로(ZERO) 에디션(Edition)2(할인형)'의 검색량이 전주 대비 크게 상승해 5위에 랭크됐다. '현대카드 제트 워크(Z work)'도 순위가 무려 125단계나 뛰는 등 현대카드의 카드 검색량이 폭증했다.
이처럼 애플페이 장악력이 높아지자 애플페이를 도입하지 않았던 아웃백 등 프랜차이즈도 속속 도입 의사를 밝히고 있다.
애플페이 도입을 주저하며 한동안 시장상황을 지켜본 신세계그룹 계열사들도 최근 고집이 한풀 꺾인 모양새다. 특히 신세계 계열사인 스타벅스코리아가 이르면 내달 애플페이를 도입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신세계백화점도 '중립'에서 '긍정적'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현재 단말기 설치 비용과 시기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의 경우 현재 설치된 단말기가 NFC 기능을 지원하지만 애플페이 사용에 필요한 특정 부품이 없다 보니 설치 작업 필요성 등 상황을 따져보는 중이다.
온라인에선 SSG닷컴이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인 '쓱페이'의 매각설이 나오면서 애플페이를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현대카드가 독점하고 있는 형태여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게 SSG닷컴 측의 판단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애플페이 도입이나 사용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카드업계에선 단말기 설치와 수수료 등 부담 요인을 고려했을 때 당장 애플페이 도입은 어렵다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자영업자들도 애플페이의 수수료, 기기 구매 등의 문제로 도입을 고심하는 경우가 많다.
대구 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이모(42)씨는 "소상공인 사정상 NFC 결제가 가능한 단말기를 설치하기엔 가격 부담이 크다.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도 삼성페이와 비교할 경우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애플페이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소비자도 상당수다. 기존 카드에 대한 충성도와 함께 교통카드 기능의 부재, 부족한 가맹점 등이 애플페이 사용을 망설이게 한다는 것.
아이폰 사용자 정모(25·대구 북구)씨는 "일부 현대카드 사용자나 애플페이를 열렬히 갈망했던 소비자를 제외하고는 교통카드가 안 되고 가맹점도 제한적이어서 굳이 신규로 현대카드를 발급받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삼성페이' 유료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동안 삼성은 삼성페이 활성화뿐 아니라 삼성 스마트폰 보급에도 페이 서비스 무료 제공이 유리하다는 판단에 수수료 수익을 포기했다. 하지만 현대카드가 결제 건당 0.1~0.15% 수준의 수수료를 애플 측에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페이 유료화가 급물살을 탔다. 다만 애플페이의 경우 현대카드와 애플이 1대 1로 조율하면 됐던 것과 달리 삼성페이는 수많은 카드사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가 현재 현대카드 독점이 아닌데도 단독 운영되는 것도 타 카드사들이 수수료 문제를 고심하는 탓으로 풀이된다"면서 "카드사들이 수수료 부담을 감수하고 애플페이에 합류할지, 그리고 삼성페이가 카드사·소비자 반발을 무릅쓰고 유료화를 강행할지 이목이 쏠린다"고 말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최시웅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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