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괴불나무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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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1 06:38  |  수정 2023-06-01 06:56  |  발행일 2023-06-01 제23면

괴불나무의 학명 'Lonicera maackii'는 좀 특이하다. 대부분 학명이 그 식물의 생김새나 생태적 특징을 나타내는 데 비해 괴불나무의 학명은 사람 이름이다. 로니체라(Lonicera)는 독일 식물학자, 마악키이(maackii)는 소련의 식물분류학자 이름의 라틴식 표기다.

수년 전 식물학 전공의 K 교수가 연 나무 관련 강좌를 들었다. 그는 종종 일본제국주의 학자들이 우리 땅에 자생하는 식물들의 이름을 안 좋은 쪽으로 왜곡한 것에 대해 분개했다. 분개뿐만 아니라 우리 고유의 식물 이름을 되찾는 데 많은 힘을 기울였다. 괴불나무 이름에는 두 가지 유래가 있다. 하나는 어린이의 주머니에 매다는 세모진 비단 노리개 장식인 '괴불'을 닮아서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붉은 열매가 나란히 달린 형상이 개의 X알을 연상케 한다 해서 붙은 개불나무가 괴불나무로 변했다는 것이다. 하나는 꽃에, 다른 하나는 열매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전자의 유래가 정설로 굳어지고 있으나 주머니에 다는 노리개 장식은 잘 알지도 못하는 반면, 열매는 눈에 익은 개의 그것을 쉽게 떠올리게 해 후자의 유래가 먼저 떠오른다. 꽃보다 열매가 눈에 더 잘 띄는 것도 그런 인식을 부채질한다.

꽃은 늦봄에 잎겨드랑이에 두 송이씩 나란히 핀다. 처음에는 흰색으로 피었다가 후에 노란색으로 변하는데, 동시에 변하지 않고 한 송이가 먼저 노란색으로 변한다. 우리나라가 원산이며 전국 산지의 그늘진 곳이나 골짜기에 자라므로 주의를 기울인다면 '괴불' 같은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나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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