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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A씨 회사 법인 통장으로 입금된 돈. 박용기 기자 |
지난달 24일 오후 2시 45분 대구시 동구에서 인쇄업을 하는 50대 A(여)씨의 회사 법인 통장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영어와 숫자가 섞인 송금인으로부터 20만 원이 입금됐다. 이어 한 시간 후인 오후 3시 45분 같은 송금인으로부터 다른 은행에서 또다시 20만 원이 들어왔다. 같은 날 오후 5시 20분에는 카카오뱅크로부터 수상한 1원이 입금되기도 했다.
처음엔 거래처 사람이라고 생각한 A씨는 이틀이 지난 26일 출근 후 직원들로부터 거래처가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상한 생각이 들어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오후 4시 40분과 5시 10분에 또 거래처가 아닌 OOO이라는 사람으로부터 9만 원과 10만 원이 차례로 입금됐고, 동시에 거래처 송금 업무를 맡은 직원으로부터 법인 통장이 거래 정지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은행에 문의하니 해당 법인 통장이 보이스피싱에 연루됐다는 대답이 돌아왔고, 경찰에 확인 결과 지난번 입금됐던 20만 원에 대해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서 거래가 정지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법인 통장이 거래정지 되자 회사 은행 업무 역시 중단됐다.
A씨는 법인 통장을 이용한 신종 보이스피싱 사기를 의심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미끼로 법인 통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뒤 합의를 대가로 금품을 요구할 수도 있는 문제여서다.
실제로 A씨는 잘못 송금된 돈을 곧바로 다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정작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를 한 사람은 시간을 끌며 되돌려 받는 것을 미뤘다고 한다.
A씨는 은행과 경찰서를 오가며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고, 결국 법인 통장은 거래가 정지된 지 4일 만인 지난달 29일 정상 거래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도 임시방편이다. 아직 지난달 26일 입금된 돈이 처리되지 않았다. 이 돈은 아직 보이스피싱 피해로 신고되지 않아 법인 통장이 거래정지 되지 않았지만, 돈을 돌려주려 해도 보낸 사람과 연락이 닿지 않아 A씨는 불안할 따름이다.
A씨는 일단 법인 통장을 바꾸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회사 홈페이지에 노출된 통장 번호도 지웠다.
A씨는 "돈을 보낸 사람도 자신이 보이스피싱 피해자라고 하지만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솔직히 모르겠다"며 "요즘 통장 번호는 온라인 쇼핑몰이나 기업 홍보물, 심지어 청첩장에도 노출되는 만큼, 어느 누가 어떤 피해를 입을지 몰라 각별한 주의와 함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용기기자 ygpark@yeongnam.com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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