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니 불볕더위가 기승이다. 날마다 퍼붓는 비에 채소는 문드러지고 나무들도 활력을 잃었었다. 이제는 땡볕이 문제다. 아침부터 강한 햇빛이 내려 쪼이니 식물들이 맥을 못 춘다. 아침에 싱싱한 듯 하던 잎이 축 늘어진다. 고추 등 채소는 더 심하다. 매일 아침에 물을 줘도 얼마 지나지 않아 힘없이 쳐진다. 이러다 영 시드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될 법도 하다.
식물이 땅에서 물을 흡수하는 힘은 잎에서 수분이 증발되는, 즉 증산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잎은 광합성을 위해 기공을 열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열린 기공은 공기가 들어오는 통로이자 수분이 공중으로 빠져 나가는 문이기도 하다. 증발된 만큼의 수분은 잎에서 뿌리까지 연결된 물의 통로(導管·도관)를 통해 공급된다. 이 때 물의 이동에는 수분포텐셜이라는 원동력이 작용하고, 물분자 간의 응집력은 도관내의 물기둥이 끊기지 않고 연속해서 흐르도록 한다. 그 힘으로 토양에 있는 물도 뿌리로 흡수된다.
이렇게 기공으로 증발된 만큼의 수분은 뿌리를 통해 토양에서 흡수돼 잎으로 전달되는데, 강한 햇빛을 받아 증산작용이 크게 상승할 때는 증발된 양만큼의 수분이 제 때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잎의 세포에 팽압이 낮아져 시든 것 처럼 축 늘어지게 된다. 잎이 시들 뿐만 아니라 수간(樹幹·나무줄기)의 직경도 줄어든다. 나무의 굵기가 증산작용이 활발한 낮에는 줄어들었다가 밤에는 회복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토양에 수분이 남아있는 한 시든 듯 시들지 않은 잎은 곧 생기를 찾는다. 다만 부족한 수분이 보충되는 데 30분~6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 뿐이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나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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