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일본 도서관·박물관 가보니…편의성과 새로운 경험, 문화 제공 초점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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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11  |  수정 2023-08-10 15:56  |  발행일 2023-08-11 제8면
연간 100만명 이상 찾는 다케오 시립 도서관

본래 기능을 강조한 미라이on도서관

세계적 건축가 설계한 오이타 현립미술관

이웃 나라 일본의 도서관과 미술관은 독특한 방식으로 기능과 디자인에 혁신을 불어넣고 있다. 엄숙과 금지의 공간으로 인식된 전통적인 고정관념을 깨고 편의성과 새로운 경험, 문화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지역 주민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문화와 경제까지 덩달아 살아나는 분위기다.


핫한 일본 도서관·박물관 가보니…편의성과 새로운 경험, 문화 제공 초점
다케오 시립 도서관 내부 전경. 2층에는 복도를 따라 이어지는 책장이 배치돼 있고, 1층엔 책장과 열람실, 서점, 카페(스타벅스), 편집숍 등의 편의시설이 있다.
◆연간 100만 명 이상 찾는 다케오 시립 도서관
일본 규슈 사가현 다케오시에 위치한 '다케오 시립 도서관'은 일본 소도시의 공공 도서관 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특별하다. 국내에서는 서울 삼성역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쇼핑몰 내 열린 도서관)'을 만들 때 벤치마킹 한 곳으로 유명하다.

인구 5만에 연간 100만 명이 방문하는 도시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한 다케오시는 지정관리제도(민간 위탁)를 통해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운영은 세계적인 서점 '츠타야'를 만들어낸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 경영자 마스다 무네아키에게 맡겼다.

2013년 4월 새롭게 단장해 문을 연 다케오 시립 도서관의 큰 특징은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1층엔 스타벅스까지 입점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도서관은 서점과 멀티미디어 이용관, 미술관, 커피·편집숍이 들어선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 놓았다.

자료 보존과 도서 대출이란 기존 도서관 성격에서 벗어나 공부와 일·대화도 가능한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도서관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한 셈이다. 1년에 2천만 엔(약 2억 원)을 들여 도서 6천∼7천권을 구입하고, 3년 동안 한 번도 보지 않는 책은 따로 선별해 폐기하거나 보육원에 기증한다.

정기적으로 방문객 만족도 조사를 실시해 시설과 콘텐츠, 프로그램들을 보완한다. 2017년에는 새로운 커뮤니티 공간 조성의 하나로 어린이도서관도 개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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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이on도서관 내부는 나무로 만든 넓은 천장이 눈길을 끈다. 근데 조명 기구가 전혀 없다. 비밀은 서가 위쪽에 튀어나온 동그란 조명 덕분이다.


◆본래 기능 강조한 미라이on도서관
2019년 10월 개관한 '미라이on도서관(나가사키현 오무라시)'에는 이색적인 모양의 시계탑이 있다. 아치형 프레임 속에는 지구본이 들어있고 그 위쪽에는 남서쪽을 향해 항해하는 범선이 놓여 있다. 아래쪽에는 서양 군인 인형이 사방을 감시하고 있으며, 시계탑 벽면에는 스테인드글라스와 함께 동판에 얼굴과 이름이 새겨진 '용기 있는 소년들'이란 작품이 있어 눈길을 끈다.

도서관 외관은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웅장하다. 설계는 나가사키 출신 건축가 사사키 노부아키가 했다. 세련되고 대범한 느낌에 완만한 커브 형태인 외관은 위에서 보면 마치 범선에서 펼친 돛처럼 생겼다. 도서관 내부로 들어서자 마치 거대한 범선 안에 들어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와 분위기에 압도됐다.

천장과 책장 등에 사용한 목재의 향이 도서관 내부에 은은하게 퍼져 마치 산림욕을 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타 도서관과는 달리 상업적인 것을 배제하고 도서관 본래 기능을 강조한 것이 돋보인다.

도서관 입구에서 건물 끝까지 이어진 유리 벽면도 시원한 개방감을 주는 데 한몫한다. 총면적은 약 1만3천300㎡. 소장 도서는 약 125만 권으로 최대 202만 권까지 보관할 수 있다.

1층에는 어린이실, 다목적 홀, 갤러리, 카페, 오무라시 역사 자료관 등이 있고, 2층은 학습 공간, 회의실, 3~4층에는 자료 열람실이 있다. 약 2만 점의 자료가 있는 역사 자료관에는 상설 전시실과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극장이 있다.

이 도서관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자습 좌석이 무려 552석이나 된다는 점이다. 모든 좌석에 전용 콘센트가 있어 노트북 사용 및 미디어 기기 충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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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건축가 시게루 반은 일상과 예술을 매끄럽게 이어 주고자 오이타 현립미술관을 설계했다. 커다란 유리창, 대나무, 밝은색의 벽과 천장을 이용해 확 트인 내부 공간을 환하게 만든 부분이 이목을 끈다.


◆세계적 건축가 설계한 오이타 현립미술관
OPAM이라고도 불리는 오이타 현립미술관은 2015년에 완공됐다. 세계적인 건축가 '시게루 반'이 설계했다. 그는 커다란 유리창, 대나무, 밝은색의 벽과 천장을 이용해 확 트인 내부 공간을 환하게 만들었다.

아트리움 남쪽 길가를 바라보는 건물 한 면 전체에 이중 접이식 유리문을 설치했다. 이 문을 열면 반쯤 외부에 있는 듯한 공공 공간이 연출되고, 방문객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미술관은 오이타와 깊은 인연이 있는 예술가들의 작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노무라 지쿠텐의 근대 풍경화와 후쿠다 헤이하치로, 다카야마 다쓰오의 현대 일본화 등이 그 예다.

작품 중 대다수는 국보로 지정됐다. 미술관 소장품은 현대 일본화, 서양화, 공예, 조각 및 입체 조형 작품 등 다양하다. 1층에는 오이타 지역 사업가와 예술가가 협업한 여러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입거나, 놀거나, 먹을 수 있는 예술을 테마로 제작한 미술관의 독자적인 상품들이 인상적이다.

정보 코너와 체험 학습실이 있는 2층은 유리로 된 보행자 통로로 맞은편에 위치한 오아시스 히로바21 건물과 연결시켜 놓았다. 3층은 전시실과 콜렉션 전시실, 옥외전시공간이 있다. 미술관은 가이드 투어와 강의, 워크숍, 아트 클래스, 오픈 스튜디오,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도 진행하고 있다.

일본 시가현 타케오시 등에서 글·사진=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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