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능소화 가로수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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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3  |  수정 2023-08-23 08:50  |  발행일 2023-08-23 제27면

몇 년전 주차장 옹벽을 오르기 위해 설치한 철계단 기둥 옆에 능소화 몇 그루를 심었다. 사각 철 파이프를 타고 잘 자란 능소화 줄기 일부가 지난 10일 태풍 카눈이 지나간 이후 기둥에서 떨어져 흔들거린다. 파이프를 꽉 잡고 있던 흡착근(吸着根)이 떨어진 것이다. 지네발 처럼 여러 가닥으로 뻗은 흡착근 끝에는 철 파이프에 칠한 페인트 조각이 붙어 있다. 흡착력이 얼마나 강하면 ….


덩굴손으로 다른 물체를 잡고 휘감아 자라는 대부분의 덩굴식물과 달리 능소화나 담쟁이는 줄기의 마디에서 흡반(吸盤) 역할을 하는 뿌리를 내어 기둥이나 벽을 타고 오른다. 능소화의 흡착근은 줄기의 마디에서 여러 가닥이 나란히 나온다. 담쟁이의 흡착근은 수직의 유리창에 달라 붙어 기어 오르는 청개구리의 발 모양을 하고 있다. 이 흡착근은 줄기가 물체에 붙어 자랄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수분을 흡수하는 역할도 한다.


상주시 의회청사 부터 내서면 방면의 국도에는 은행나무 가로수가 길 양편에 식재돼 잘 자라고 있다. 몇 년전 상주시 남원동이 이 도로 중 낙양교~쑤안간 800여m 구간의 은행나무옆에 능소화를 심어 놓았다. 능소화는 흡착근으로 은행나무를 타고 올라가 6월부터 두어 달 간 주황색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다.


대구시의 한 구청에서도 이것을 가로수에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로수와 능소화를 함께 심어 놓으면 여름에는 능소화를, 가을에는 단풍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나무 한 그루를 추가하는 만큼 식수대(植樹帶)를 두 배로 늘리고, 능소화 줄기가 가로수의 수관을 덮어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마다 전정을 하는 관리가 필요하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나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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