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굳이 구별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 적지 않다. 미꾸리와 미꾸라지가 그렇다. 둘 다 잉어목의 민물고기로 모양이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하다. 민물고기를 많이 취급하는 시장에서는 비교적 몸이 둥근 미꾸리는 동글이, 미꾸라지는 납작하다고 하여 납작이라고 구분하여 부르기도 한다. 입 주변에 나는 수염이 미꾸리 보다 미꾸라지가 더 길다.
몸에 점액을 분비하여 미끄럽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어원을 다른 곳에서 찾기도 한다. 이들은 아가미뿐만 아니라 장(腸)으로도 호흡을 한다. 논이나 못에서 서식하는데, 가뭄이 들어 물이 마르면 땅 속으로 들어가 산소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장으로 호흡을 하면서 견딘다. 장으로 호흡을 하면 항문으로 숨을 내뱉는다. 그 걸 보고 밑에서 방귀를 뀐다는 의미로 밑구리라 부르다 미꾸리가 됐다는 설이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는 속담이 있듯 부정적 이미지도 있으나 사실 미꾸라지는 매우 유익한 어종이다. 요란하게 헤엄을 쳐 물을 흐리거나 진흙 속으로 파고드는 행위는 하천의 수질을 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3급수에서도 잘 견디며 동물성 플랑크톤과 모기 유충인 장구벌레·실지렁이 등을 먹는다. 한 마리가 장구벌레나 하루살이 유충을 하루에 1천 마리 정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산시가 지난 4월 금호강과 조산천 일대에 미꾸라지를 방류, 하루살이 등 해충을 구제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득보다 실이 클 것 같은 연막소독 대신 환경을 살리는 미꾸라지로 큰 효과를 봤다니 다른 지자체에서도 시도해 보면 어떨까 싶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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