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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신당 60%?=계묘년 남은 한두 달의 키워드는 두말없이 '이준석'이다. 혼자라도 신당을 만들 기세다.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지만, 창당은 아직 '글쎄'이다. '이준석 신당'이 간판을 걸려면 네이밍부터 고쳐 써야 한다. '이준석' 이름 아래 들어갈 중량급 정치인은 제한적이다. 아직 강력한 대권 주자도, 확고한 지역 기반도 없다. 선거가 코앞인데 유승민, 금태섭, 박원석, 천아용인 등과의 연합 구도도 잘 잡히지 않는다. 고무적인 지지율에도 허상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준석, 안 돌아온다"(홍준표 대구시장)라고 하지만, 조건이 갖춰지면 국민의힘에 안주할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그런데 이 '조건'이 난제다. '대통령의 반성과 변화'가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붙들려는 인요한의 삼고초려를 삼초고려(三秒顧廬)도 없이 면박 준 건 보기에도 민망했다. 괜한 '서울 환자' 운운으로 용산이 대로했다는 소문이 사실이면 이준석의 당 잔류는 물 건너갔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배신의 정치 심판"이 거대한 나비효과를 일으켜 20대 총선을 결딴낸 '패배의 레토릭'이었다면, "환자는 서울에 있다"는 22대 총선의 향배를 가르는 결정적 수사가 되기에 족하다. 이 역시 분열의 언어다. "하루마다 가능성이 올라간다"며 "창당 가능성이 59% 수준"이라 한 게 닷새 전이니, 지금쯤 60%대 중후반에 이르렀을까?
#12월27일=결단의 데드라인을 왜 이날로 잡았나. 12년 전 박근혜 비대위에 임명돼 정치 입문한 자신의 사적 기념일을 공적 시간표에 대입한 건 조금 유치하다. '의미'를 중시하는 이준석에겐 다른 이유가 있을 터이다. 50억 클럽,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한 '쌍특검' 표결과 '대통령 거부권'을 주목한 건가. 쌍특검 패스트트랙에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가 끝날 즈음이 딱 그때다. 자신이 요구한 '대통령의 변화'를 최종 확인하는 순간이다. 주저앉을 명분도, 내칠 명분도 생긴다. 이준석 탈당의 책임은 이준석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있다는 메시지를 공지한 셈이다. 김기현이든 한동훈이든 원희룡이든 '포스트 인요한' 체제의 정체도 드러나는 시점이다. 난도가 꽤 높은 보법이다.
#달구벌 대전=이준석 신당이 뜨면 주전장(主戰場)은 TK다. 이준석도 싸움터로 이곳을 콕 찍었다. 보수의 심장 TK에서 찐보수를 가리자는 건 보수 기득권의 명치를 겨누는 승부수다. 달구벌 대전! 쌍수 들고 환영한다. 대구경북으로 다 모이시라. 이준석도 유승민도 천하람도 오고, 최경환, 우병우, 김문수, 이재오면 또 어떤가. 이재명, 김부겸, 추미애, 유시민, 홍의락도 환영한다. 민주당은 TK를 불모지라 하지 말라. 현역만도 3선 서영교·전혜숙, 재선 권칠승·박찬대·이재정·조응천, 초선 김병주·이동주 등 TK 출신 자원이 즐비하다. 당의 배려로 선수를 쌓았으니 험지 고향 출마로 보답하는 건 좋은 본이 된다. 물론 각 인물의 평가와는 별개의 문제다.
TK는 소수의 양지(陽地)가 아니라 모두의 험지(險地)가 되면 좋겠다. 그래야 3무(역동성·다양성·리더십) 적폐를 딛고, 유권자가 갑이 되고 주인이 되는 옛 '정치 1번지'의 명예를 회복한다. 이게 침묵에 순치된 TK 정치의 온전한 물갈이다. 물갈이는 물을 갈지 물고기를 갈지 않는다. 달구벌은 비만 고양이의 사육장이기 싫다. 호랑이 새끼가 성장하는 야수의 정글이고 싶다.논설위원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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