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핵직구] 정치에 올인하는 비정상적 사회

  • 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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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7 06:54  |  수정 2024-01-17 06:54  |  발행일 2024-01-17 제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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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4·10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대혼란을 겪고 있다. 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이 탈당과 창당, 합종연횡, 물갈이, 외부 인사 영입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현실이다.

모든 길이 정치로 통하는 듯 우후죽순 현직을 사퇴·출마하는 공직자들이 줄을 잇는다. 어제까지 공정한 척 표정 관리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야욕을 드러낸다. 법 질서 유지를 담당하던 판사와 검사와 경찰들, 국사를 책임지던 장관과 차관들, 대통령을 보좌하던 비서들, 언론인들까지. 헌법에 직업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으니 크게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의 공정한 직업 윤리 의식을 믿고 있던 국민들은 허탈함을 느낀다. 그들이 대단한 애국심의 소유자도 아니고, 탁월한 정치 비전을 지닌 것도 아니다. 이종오 '후흑학'의 후안무치 교리를 따라 출세와 영달에 급급해 보인다. 스스로 인재 양성에 실패한 정당들은 외부 인사 영입에 나서지만 신선한 감동이 없다. 모두가 정치에 올인하는 시대에 국가 운영은 누가 하고, 국민의 삶은 누가 돌보는가? 이들을 먹여 살리는 국민 세금이 아까울 따름이다. 정치 축소의 정상화를 위해 세 가지 개혁을 부탁한다.

첫째, 국회의원의 특권을 과감히 줄이자.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이유는 권력과 부를 누리는 출세의 자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면 180여 개에 달하는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작년 기준 도시근로자 1인당 월평균 소득은 335만원인데, 국회의원의 월 소득은 네 배를 넘는다. 각종 지원비와 혜택, 보좌진 지원까지 합하면 국회의원 1인당 연간 60억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에 불체포와 면책 특권까지 누리고 있다. 민주주의의 원산인 그리스에서 '시민'은 공직을 명예로 봉사와 헌신을 다했다. 정치는 출세가 아닌 막스 베버가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제시한 '신념'과 '책임' 의식을 지닌 사람의 장이 되어야 한다.

둘째,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과감히 바꾸자. 지역당 한 명만 선출하다 보니 경쟁이 치열하고 정당 공천을 받기 위해 권력자에게 줄을 서야 한다. 중대선거구제가 되면 제3·4당 혹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 양당 독점구조가 깨어지고 '완전 경쟁의 정치'를 만들 수 있다. 유능한 사람들이 정치에 진입할 수 있고, 대화와 타협의 민주 정치가 가능해진다. '살아남는 자가 강자'가 아닌 '실력 있는 자가 살아남는 정치'로 바꿔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당제도를 혁파해야 한다. 중앙당을 축소·폐지하고 원내 정당화로 가야 한다. 현재는 유럽식 원외 정당제도와 미국식 원내 정당제도를 혼합한 이중적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극심한 진영 간 대결구도를 양산하는 원외 정당을 축소하고, 국회 내에서 입법을 두고 경쟁해야 한다. 정당 운영 경비, 선거 경비 보전제도도 폐지해야 한다. 2022년 정당 국고보조금이 1천420억원에 이른다. 대통령 선거 보전금이 1천억원이 넘고, 총선과 지방선거까지 합하면 수천억 원에 달한다. 정당과 선거에 왜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지원해야 하는지? 그들을 지지하는 후원자들에게 맡기면 될 일이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중요한 정치과정(political process)이다. 하지만 정치 과잉으로 사회 발전의 장애물이 되어선 안 된다. 경제, 과학·기술, 문화·복지, 보건·의료 분야의 발전이 더 중요하다. 사회적 생산성을 높이고 국민의 삶의 진보를 견인하는 분야이다. 정치는 이를 뒷받침할 뿐이다. 이번에 선택받은 정당과 정치인들은 이런 시대적 과제를 실천하기를 기대해 본다.

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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