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또 가족돌봄 살인 비극…전문가 "돌봄 지원 대상자 확대 필요"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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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7 16:45  |  수정 2024-01-17 20:00  |  발행일 2024-01-18 제2면
17일 달서구서 치매 아버지 살해 후 50대 남성 극단 선택
우리복지시민연합 지난 9일 "공공책임돌봄 입법화 나서야" 성명
가족돌봄
게티이미지뱅크.

연초 대구에서 '간병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지역사회의 돌봄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달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8분쯤 달서구 월성동 한 아파트 화단에서 5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가 살던 아파트 내부에선 A씨의 부친 B씨도 숨져 있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 등을 토대로 A씨가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 B씨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 B씨를 약 8년 정도 홀로 간병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A·B씨 부자는 기초수급 대상자는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간병 살인' 사건은 지역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남구에서 뇌병변1급 장애가 있는 아들을 흉기로 살해한 60대가 구속됐으며, 2021년에 20대 아들이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한 50대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도 발생한 바 있다.

지역시민단체는 이를 막기 위해선 '공공 책임 돌봄' 입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15년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는 법제화 됐으나 급성기 병상을 중심으로 실시하고 있다. 또한 요양병원은 서비스에 포함되지 않고 있으며 중증 장애인에 대한 활동지원 서비스도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방관 속에 여전히 반복되는 가족 돌봄 살인 비극은 사회구성원의 모두의 문제다.'노노 간병', '독박 간병', '간병 살인'. '간병 지옥' 등 신조어를 양산하며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인구 고령화와 가족 규모 축소 또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가족 돌봄 기능이 빠르게 약화하고 있는 가운데 가족 돌봄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 문제"라며 "정부와 국회는 공공책임돌봄 입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문가들도 일상·지역사회 돌봄의 부족과 정부의 대책 수립 속도가 늦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진숙 교수(대구대 사회복지학과)는 "고령화 속도가 원래 예측보다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정부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돌봄을 해야 하는 자녀들도 고령화되는 추세다. 노인이 노인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장기요양보험의 범위가 확대돼 지원 대상자가 더 늘어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역사회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지원이 강화되고, 지역 보건소나 복지 당국의 홍보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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