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2024 스트레스의 심리학

  • 권 업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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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9 07:06  |  수정 2024-01-19 07:11  |  발행일 2024-01-19 제26면
출구없이 누적된 스트레스
우울증 등 최악 결과 가져와
공감·신뢰 믿을 수 있는 정보
불확실성을 줄이고 지금의
경제어려움 극복 필수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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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업 객원논설위원

갑진년 새해는 밝았지만 우리 경제는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철강과 조선 같은 제조업의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성장률은 2.2%로 전망되어 저성장의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금리 인하가 기대되지만 시기가 불확실하고, 고물가와 부동산 PF의 부실화, 과도한 가계부채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의 블랙홀이 될 4월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밖으로는 코로나 사태로 무너졌던 글로벌 공급망은 여전히 위기상황이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예멘 반군인 후티가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가 오가는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가열되고 있다. 신냉전으로 불리는 미·중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국 시장이 침체국면에 빠져 있고, 우리 기업에 신시장으로 부상했던 유럽과 러시아, 남미 시장도 보호무역주의와 경기침체로 탈출구를 막고 있다. 갈 길을 찾아 사방을 둘러봐도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불확실성' 한 단어다. 이 시점에서 고물가와 고금리, 가계부채 누증은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불확실성의 가장 큰 요인이고, 경기 악화 여부는 불확실성의 끝판왕이다.

여기에 세계경제에 파급력이 큰 미국과 인도, 러시아에서 선거가 올해 예정된 가운데,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는 '폴리코노미(Policonomy)' 현상이 불확실성을 폭증시키고 있다. 합리성이 아닌 선심성 공약과 정책을 남발하여 국가 경제에 부담을 주는 행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 4월 총선을 앞둔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편향된 공약뿐만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인들의 끝없는 정쟁과 상식을 벗어난 언행, 극단적인 갈등상황은 경제적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사실과 주장을 섞어버리는 뉴스, 특정 정파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언론 역시 불확실성과 스트레스를 높이는 데 크게 일조한다. 국제 시장조사기관 YouGov의 연구에 의하면, 조사대상자 40%가 정치를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고, 3분의 1은 정치가 피로감, 분노, 강박감을 유발한다는 데 동의한다.

불확실성은 개인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낳아, 확산되면 사회적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이는 사회적 우울증이 되어 대중의 정서적 위기로 확대된다. 뇌 과학자인 아힘 페터스에 의하면, 불확실성은 개인의 생존에 관련된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미래에 나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재함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안 가운데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알 수 없음'일 때 우리는 불안한 상태에 빠져든다. 작년 12월 서강대 유현재 교수 연구팀이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국민의 정신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회적 이슈'는 묻지마 흉기난동(31.2%), 정치적 불안·불만(28.9%), 경제적 어려움(25.1%) 순으로 나타나 정치권의 관심을 모았다. 불확실성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은 불안, 초조, 긴장 등의 정서적인 스트레스와 함께 두통, 불면, 소화 장애 등의 신체적 증상을 호소한다. 하지만 다른 스트레스와 달리 정치·경제적 스트레스는 그 원인이 사회적인 통제 불능변수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는 최상의 해결책을 찾도록 절약 모드에서 학습 모드로 전환되어 평상시와 다른 창의성을 발휘하게 한다. 그러나 출구 없이 누적된 스트레스는 유독하고, 그 결과 우울증과 알코올 의존 같은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공감과 신뢰,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정보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필수적 전제 조건이다.
권 업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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