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미국 의사의 오진율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 |
  • 입력 2024-01-22 07:11  |  수정 2024-01-22 07:11  |  발행일 2024-01-22 제21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의사들이 아마 가장 경계하는 것이 오진일 것이다. 오진을 했다면 그것이 가장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오진에 대한 체계적 통계도, 연구도, 정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이 부끄러움과 관련 있을 성싶다. 미국에선 한 해에 오진이 1천200만번 일어난다. 37만1천명이 오진으로 목숨을 잃고 42만4천명이 장애를 입는다. 집중치료실에 실려 온 환자나 사망자 중 1/4이 오진을 받았고, 오진 환자의 18%는 해를 입었거나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밝혀지지 않고 넘어간 것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런데 질병에 따라 오진율은 크게 차이가 난다. 오진의 반은 15가지 질병에서 일어나고 또 그 40%는 5가지 질병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그것이 뇌졸중, 패혈증, 폐렴, 심부정맥 혈전증, 폐암이다. 이 다섯 질병에서 오진율을 반만 낮춰도 15만명의 생명을 구하거나 장애를 막을 수 있다. 심장마비는 1.5%로 오진율이 낮지만 뇌졸중은 17.5%나 되고 폐암은 22.5%나 되니 폐암 진단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뇌졸중의 경우 두통과 어지럼증이 초기 증상인데 그것으로 뇌졸중을 진단해 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냥 흔한 병으로 간과하기 쉽다. 오진율은 또 환자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여성이나 소수민족이 오진을 받을 확률이 백인남성보다 20~30% 더 높다. 오진은 업무가 과중하여 환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으며, 해결책으로 다른 의사의 소견을 듣거나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방법이 제기된다. 경제적으로 따질 때 제2의 소견을 듣거나 정밀검사를 하여 오진율을 내릴 수 있다면 더 든 돈의 몇 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