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열어주고 싶은 출판기념회

  •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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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2 07:06  |  수정 2024-01-22 07:06  |  발행일 2024-01-22 제22면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해외주재원들과
기업인들의 스토리야말로
출판기념회 열어줘야 마땅
4류 정치 4월엔 바뀌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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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대한변호사협회장)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참 성실하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4년마다 한 번씩 책을 쓰고 출판기념회를 연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그 성실함이 대단하다. 평소 가깝거나 호감 있는 것도 아닌데 출판기념회 안내문자가 계속해서 오면 짜증이 난다. 정치라는 것이 결국 사람과의 관계인데 최소한의 예의마저 없어 보여 번호를 차단하게 된다.

부담스러운 출판기념회 홍수 속에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김춘진 사장의 출판기념회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치과의사 출신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까지 지낸 3선 의원 출신의 출판기념회라면 이 시점에서 대충 선거 출정식이 예상될 것이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는 인사말에서 불출마를 선언하였다.

'식량은 무기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국가별 식량안보 수준을 비교하는 세계 식량안보지수(GFSI, Global Food Security Index)에서 대한민국은 2022년 기준으로 비교 대상 113개 국가 중 39위인데, 매년 순위가 추락해 현재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이런 식량안보의 위기 속에서 대한민국 대표 음식인 김치 등 K-푸드의 가치와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저탄소 ESG를 실천하는 식량·식품 종합 가공 콤비나트 조성을 위해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인상 깊다. 취임 몇 달 되지 않은 장관들도 출마를 위해 사표를 던지는데 불과 2달도 남지 않은 임기를 성실히 마치겠다는 책임감이 존경스럽다.

지난 18일 삼성전자는 'AI폰'이라 불리는 갤럭시 S24 출시를 발표하였다. 통화 중 실시간 통역 기능 탑재 등 이제 '스마트폰 시대'를 넘어 'AI폰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휴대폰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베트남 하노이 인근 타이응우옌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인근 박닌 공장과 함께 연간 1억대 이상의 휴대폰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하여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SDS 생산라인과 더불어 협력업체까지 베트남 곳곳에 공장을 세우고 이를 연결하는 하나의 단지를 만들어 베트남 전체 수출의 약 15.7%를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한때는 25% 이상까지 차지하였으나, 베트남 자체의 경제 발전으로 그 비중이 다소 감소했다지만 실로 엄청나다.

베트남 국민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으로 삼성이 부동의 1위라고 한다. 베트남 전쟁 때 파병되어 자신들에게 총부리를 겨누었던 국가에 대한 인식을 기업이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이다. 삼성 베트남 단지의 최주호 단지장을 비롯한 주재원들의 열정과 헌신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그들이야말로 묵묵히 국가 경제를 이끄는 애국자들이다.

750만 재외동포 최대 경제단체인 세계한인무역협회(World-OKTA)는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경북 안동국제컨벤션센터에서 임직원 통합워크숍을 개최했다. 전 세계 67개국 146개 지회를 대표하여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참가한 열정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참석자들은 글로벌 경제를 하나로 묶는 한민족 네트워크의 형성과 모국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결의하였다.

머나먼 타국에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며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해외 주재원들과 기업인들의 스토리야말로 출판기념회를 열어주어야 마땅한데, 지금도 휴대폰에는 애국을 자기애와 구별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 안내문자가 오고 있다. 1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과 달리 아직도 4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치가 돌아오는 4월에는 바뀌기를 기대한다.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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