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걸림돌이 된 대한민국 성공의 원동력

  • 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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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2 07:10  |  수정 2024-01-22 07:12  |  발행일 2024-01-22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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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올해 환갑을 전후한 1960년생들은 후진국에서 태어났지만, 자식들에게 선진국을 선물한 세대이다. 영화 '서울의 봄'의 관객 1천만명을 돌파하게 만든 세대이기도 하고, 젊은 시절 민주화에 직간접적으로 뛰어든 주역이기도 하다. 이들의 아버지들이 1960~70년대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자'는 정부의 구호에 한마음 한뜻으로 호응한 세대라면, 이들은 아버지 세대가 일구었던 산업화의 열매를 직접 향유한 세대이다.

1980년대 대학을 다니면서 취업을 걱정하지 않았다. 고도성장기, 대기업에서 서로 모셔가려고 난리였다. 잔디밭에서 막걸리 먹던 대학캠퍼스의 낭만이 살아있던 시절이었다. 입학만 하면 4년 내내 학교를 대충 다니더라도 졸업 시즌이 되면 대부분 취업이 되었다. 취업해서는 결혼도 하고, 몇 년 저축하면 아파트도 장만할 수 있었다.

이들은 아버지 세대의 욕망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아버지 세대가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자'는 열망으로 중진국으로의 발전을 성취했다면, 이들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더 잘살아 보자'는 자세로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이루어냈다.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을 경험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지만 한국은 가장 짧은 기간에 선진국에 올라선 국가가 되었다. '잘살아 보자'라는 욕망은 오늘날까지 성공의 원동력이었고 한국인의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그 욕망이 우리를 선진국으로 이끌었지만, 행복으로 이끌지는 못했다. 아버지 세대도, 이들도 돈이 많은 것, 물질적으로 풍족한 것을 목표로 살았다. 연봉이 얼마인지, 아파트는 몇 평인지, 자신의 아들딸이 어떤 대학에 진학하는지에만 관심을 가졌다. 이들은 남과 비교하며 물질적 성공을 우선순위에 두었다. 언제나 행복은 후순위에 놓았다.

'잘살고 싶은' 욕망은 이들의 자식들인 1990년대 세대, MZ세대에 그대로 전승되고 있다. 요즘 청춘남녀들은 결혼하지 않고 출산하지 않으려 한다. 결혼하려면 아파트를 소유해야 하고 번듯한 직장을 다녀야 하며, 출산까지 하려면 자산과 소득이 얼마 이상이어야 한다는 등 여러 조건을 갖춰야 한다. 사랑보다 조건을 먼저 따지는 게 대세가 되었다. 결혼과 출산은 고도의 스펙을 갖춘 특수계층의 전유물인 사치재(奢侈財)가 되어버렸다. 남들만큼 번듯한 생활수준을 갖추기 전까지 결혼을 하지 않으려 하고, 남들만큼 자녀를 키울 자신이 없으면 출산을 하지 않으려 한다. 그 결과 저출생 현상이 20년 이상 지속되었고, 역피라미드 인구구조가 앞으로 20년 이상 분명해졌다. 신문방송에는 '한국이 소멸한다' '지방이 소멸한다'는 경고가 매일 연이어 쏟아진다.

1960년대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겠다'라는 욕망이 2020년대에는 우리를 '한국 소멸'이라는 재앙으로 내몰고 있다. 외국 유명 교수는 "한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달성했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첫 번째 나라가 될 수 있다"고 경고까지 했다. 20세기 가장 가난했던 후진국을 선진국으로 만든 원동력이 한국의 미래를 망치는 부메랑이 되어버렸다.

필자는 올해 갑진년을 한국인이 '잘살고 싶은' 욕망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한 해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욕망의 방향을 바꾸는 것도 좋고, 가지 않았던 행복의 추구도 좋은 것 같다. 물질적 성공을 넘어 개인 삶의 질 향상이나 개인 내면의 성숙으로까지 이어지는 게 바람직하다. 그것도 남과의 비교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족과 자아실현 등 자기 내면으로부터 얻어지는 행복이면 더 좋지 않을까.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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