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한복부터 후드까지 130년 교복 변천사 (2) 여학생은 이화학당 다홍치마, 남학생은 배재학당 당복이 시초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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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16  |  수정 2024-02-16 08:21  |  발행일 2024-02-16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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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수현기자


2월은 학생들이 졸업하고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시기다. 이 시기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교복을 구입해 새 학기를 준비한다. 패션은 시대를 반영하는 요소로 당대의 사회 분위기와 시민들의 가치관 등을 담고 있다. 교복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교복은 시대 흐름에 따라 많은 변천사를 맞이했다.

조선 말~1990년대 초반

가쿠란·세일러복…일제 영향 미친 20세기 교복

2차대전 땐 여학생들 '몸뻬' 입어
광복 후 윙칼라·주름치마 정형화


교복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입도록 정한 제복이란 의미로 학생복으로도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교복은 1884년 갑신정변 이후 곳곳에 학교가 세워지면서 도입됐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여학생의 경우 1886년 이화학당의 다홍색 치마저고리, 남학생은 1898년 배재학당의 당복(堂服)이 시초다. 당복은 당시 일본의 학생복과 비슷한 밴드칼라 형태로 소매 끝, 바지의 솔기 부분, 모자에 청·홍선을 두른 것이다. 색은 주로 검은색, 짙은 감색, 쥐색 등이었다. 이후 1907년 숙명여학교에서 최초로 원피스 차림의 양장교복을 도입했지만 3년 뒤인 1910년 다시 치마저고리의 한복 교복으로 교체됐다.

양장교복이 보편화된 건 1930년대 들어서다. 일제가 한복 교복을 금지하면서 남학생은 일본의 남학생 교복인 가쿠란(검은색에 단추만 박혀 있는 형태의 교복), 여학생은 세일러복 형태의 윙칼라 블라우스에 주름치마를 입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1939년부터 일본이 전투태세를 갖춘 제복을 통일해 착용하도록 하면서 남학생들은 국방색 교복을, 여학생들은 블라우스에 '몸뻬' 작업복 바지를 입었다.

광복 후엔 검은색 중심의 가쿠란(남학생), 세일러복(여학생) 형태의 일정한 디자인이 1981년 교복 자율화 시행 이전까지 유지됐다. 교복 자율화는 전두환 정부 문교부(현 교육부)가 중·고등학생들이 교복 대신 자유롭고 간편한 복장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김정숙 영남대 교수(의류패션학과)는 "'아들과 딸' 등 옛날 복고 드라마를 보면 우리나라의 초기 교복은 윙칼라 블라우스, 주름치마 등으로 일제의 영향을 크게 받은 걸 알 수 있다. 그 영향은 1970년대 말까지 뿌리 깊게 간다"면서 "이후 독자적인 교복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잠깐의 시기 교복 자율화로 교복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유 복장에 따른 생활지도의 어려움, 가계 부담 증가 등으로 교복에 대한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1985년 교복자율화 조치가 일부 보완돼 교복 착용 여부를 학교장 재량에 따라 결정하게 됐다. 1990년대에 들어 전국 대다수의 학교가 착용을 택하면서 사실상 교복 자율화는 사라졌다. 대신 교복을 채택하는 과정에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디자인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교복은 학생들의 '패션'이 됐다.

1990년대 후반~2010년 중반

'교복패션'의 시작…날씬해 보이는 슬림핏 대세

바지통 줄이고 치마 짧게 수선 유행
교내선 체육복 덧입어 활동성 높여


"주변에서 교복 바지 통은 스키니진에 가깝게 줄이고 치마는 무릎 위로 오도록 최소 한 단 이상 줄였습니다. 교복 브랜드마다 '핏'도 조금씩 달라 그중 가장 슬림핏으로 나온 곳에서 교복을 구입했습니다." 2015년 대구 달서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정세민(27)씨는 학창 시절 입던 교복을 이같이 회상했다.

교복 자율화가 사라진 후 1990년대 후반부터 △스마트 △스쿨룩스 △아이비 △엘리트 등 교복 브랜드가 등장했는데, 브랜드들의 광고 모델을 인기 아이돌이 맡으면서 이들을 따라 하려는 경향이 생겼다. 이에 연예인처럼 날씬하고 다리가 길어 보이는 '슬림핏' 디자인의 교복이 최근 몇 년 전까지 오랫동안 유행했다. 재킷과 블라우스는 라인을 살리고 몸에 딱 맞게, 바지는 통을 좁게, 치마는 길이를 짧게 해 입는 것. 브랜드들도 이러한 수요에 맞춰 슬림핏의 디자인을 강조하며 경쟁했다.

하지만 날씬한 디자인에만 집중하다 보니 결국 불편함이 속출했다.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불편한 교복을 개선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는데, 중학생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교복의 불편함을 지적했다. 여학생의 경우 상의 기장이 짧고 허리에 라인이 들어가 팔을 올리기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또 잘 비쳐서 속옷 위에 여러 겹을 껴 입어야 해 여름에 매우 덥다고 했다. 남학생의 경우 신축성이 부족해 활동하다 보면 바지가 자주 터진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2017년까지 울산 동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김모(여·24)씨는 "중학교 때까지는 (교복이) 불편해도 그냥 입었는데, 고등학생 때부터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등교할 때를 제외하고 거의 입지 않았다. 안 그래도 작은데 라인이 들어가 움직이기 불편해서 교내에선 체육복을 입고 다녔다"면서 "주변에서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체육복을 일상적으로 입는 친구들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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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대구의 한 놀이터에서 여중생들이 말뚝박기 놀이를 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2010년대 중반~현재


후드·야구점퍼…이젠 실용성 추구하는 생활복

편한 원단·남녀공용 디자인 확산
"학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어 좋다"


이후 교복도 실용적인 옷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곳곳에서 '편한 교복'이 도입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생활복'이다. 생활복은 일반 교복을 변형한 기능성 소재의 교복으로 2000년대 중반 등장해 널리 퍼졌다. 동복의 경우 상의는 후드티·야구 점퍼, 하의는 트레이닝복 바지, 하복의 경우 상의는 칼라형 티셔츠, 하의는 반바지·치마바지 등 편안함을 추구한 다양한 스타일로 나온다. 남녀 모두가 바지를 입는 학교도 있다. 대구 지역 학교에서도 생활복 도입이 확대되는 추세다. 대구 남구 대명동에서 교복 브랜드를 운영하는 A씨는 "이 근방에서는 2015년부터 서서히 바뀌었던 걸로 기억한다. 현재 중학교는 70% 정도가 동·하복 중 하나는 생활복을 입는 것 같다"고 했다.

대구시교육청에서도 편한 교복의 일환으로 '착한교복'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착한교복은 교복과 생활복의 장점을 결합한 옷으로 학생들의 활동성을 높일 수 있는 편안한 원단으로 제작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생활복과 비슷한 디자인이다. 2019년 처음 실시돼 여러 학교로 확대됐다. 지난 5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교복 미착용 학교를 제외한 대구 지역 중·고등학교 중 착한교복을 도입한 비율(동·하복 중 하나라도 도입한 경우)은 중학교 91.1%, 고등학교 58.1%다.

편한 교복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19년 대구시교육청이 착한교복을 도입한 한 중학교를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학생 84%가 만족감을 표시했다. 대구 운암중 김모(14)양은 "추리닝과 비슷한 재질에 여학생도 편한 바지를 입을 수 있어 학교에서 공부할 때 복장으로 불편한 일이 없다. 살이 쪄 교복이 안 맞으면 어쩔까 하는 걱정도 적어 학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교복의 변화를 △다양성의 확대 △격식에 매이지 않는 분위기 △젠더리스(Genderless) 패션 유행 등 크게 세 가지 요인으로 설명한다. 김정숙 교수는 "패션은 당대 시민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하는데 교복도 마찬가지다. 현재 편안함을 중시한 교복이 나오는 건 자유로움을 지향하는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요즘 교복으로 나오는 후드티 등도 본래 남성복으로 규정됐던 의류다. 시대가 바뀌고 패션에서 성(性)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남녀공용 교복으로도 등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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