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헌혈에 나서자

  • 박종원 대구경북혈액원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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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0 08:11  |  수정 2024-02-20 11:16  |  발행일 2024-02-20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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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 (대구경북혈액원 헌혈홍보위원·텐진중의약대학 의학박사)

학생들의 긴 겨울방학, 겨울 추위 등으로 인해 매년 1~2월은 '헌혈보릿고개'를 겪는다. 이러한 현상은 '혈액 수급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적혈구제제 3일 미만인 '주의' 수준으로 적정재고량인 5일 미만인 상황이 특정 시기에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1~2월 동안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은 공군제11전투비행단, 해병1사단, 신천지 위아원, SK스페셜티, 안동성소병원, 영주시 등 민·관과 함께 혈액 수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대구경북 지역 일일 혈액보유현황(2월19일 0시 기준)은 전체 3.9일이며, 특히 A형과 O형의 혈액 보유량은 각각 3.0일, 2.5일로 혈액 수급이 절실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 기업, 공공기관 등 우리 모두가 혈액 수급의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헌혈은 헌혈자와 수혈자를 잇는 생명의 끈이다. 사고나 수술로 인한 과다 출혈을 겪거나 백혈병이나 혈우병 등의 혈액 질환을 앓는 이들은 수혈만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다양한 인공장기들이 만들어져 생명 유지에 사용되고 있으나, 현재는 혈액을 인공적으로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헌혈은 우리 몸을 더욱 건강하게 유지시켜준다. 그 이유는 혈액검사에 따른 건강체크, 암 발병률 저하 및 원활한 혈액순환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헌혈의집을 찾아 헌혈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맥박, 혈압, 헤모글로빈 수치 등의 검사이다. 이는 자신의 건강을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헌혈도 건강해야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헌혈 전 실시하는 혈액검사를 계기로 건강의 적신호를 신속하게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의 의학 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정기적 헌혈은 혈행(血行)에 도움이 되어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뇌졸중 예방에 효과가 있으며 심지어 암 발병률도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우리 몸은 체중의 7~8%가 혈액이며, 그중 10% 정도는 예비 혈액이다. 가령 65㎏ 체중의 경우 몸속에 약 5천㏄ 정도의 혈액이 있으며 그중 약 500㏄ 정도는 예비 혈액이기 때문에 400㏄의 전혈 헌혈은 헌혈자의 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몇 해 전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이 최적의 수를 찾아내서 인간을 이기는 모습을 확인했다. 가게에서 주문은 이미 점원이 아닌 키오스크로 대체됐고, 공공기관에 들어섰을 때 로봇이 민원을 안내하고, 식당에서 로봇의 음식물 서빙도 익숙해졌다. 이렇듯 앞으로 인공지능은 더 넓은 분야에서 보다 많은 것들을 대체해서 더욱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우리 사회를 변화시켜 갈 것이다.

하지만 "효율성이 높을수록 살기 좋은 사회인가"라는 물음에 "그렇다"라고 답을 하기에는 왠지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효율성만이 강조된 사회는 자칫 '비인간적'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AI만큼 효율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지 늘 돌아보고 성찰해야만 할 것이다.

헌혈의 동참은 다른 생명을 살리고 나의 건강을 지킴과 동시에 이웃사랑, 나아가 인류애를 실현하는 첫걸음이 될지도 모른다. 헌혈에 나서자!

박종원 (대구경북혈액원 헌혈홍보위원·텐진중의약대학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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