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한의 도시를 바꾸는 시간] 도시의 정체성과 '시민의 날'

  • 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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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1 06:46  |  수정 2024-02-21 07:00  |  발행일 2024-02-21 제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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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정체성(identity)은 개인과 조직, 도시와 국가의 정체성까지 여러 측면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이는 모든 일의 출발점에서 정체성을 확보해야 하고, 목적지에서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교 정신분석학 교수였던 에릭 에릭슨은 '아이덴티티(identity)'를 자기 자신에 대한 연속성, 일관성, 독자성, 불변성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아이덴티티'는 자기 언급이나 믿음으로 절대 이루어질 수 없으며 사람, 사회 등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타인으로부터 인정되는 것으로 보았다. 요즘 일과 관계 속에서 잃어버린 '자기다움'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도시의 정체성은 그 도시만의 지역적 특성이며, 특정 도시에 대한 총체적인 도시 이미지다. 도시 이미지는 특정 도시가 보여 주고 느끼게 하는 정체성을 통해 구축된다. 따라서 도시의 정체성은 도시의 브랜드와 연관되며, 도시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도시마케팅의 출발점이다. 도시의 정체성은 시민에게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높이고 방문자에게는 매력 있는 장소와 공간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도시의 정체성은 '살고 싶은 도시'로서의 도시 만들기와도 연관된다.

도시의 브랜드는 한 도시의 정체성과 가치를 포함한 가장 상위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도시브랜드를 바꾼다는 것은 도시의 정체성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상이다. 하지만 '아이덴티티'에 대한 에릭슨의 말을 곱씹어보면, 도시의 정체성도 개인적인 주장과 신념으로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요즘 스스로 생각하는 자아와 타인이 인정하는 자아 사이의 불일치로 정체성 혼란을 겪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런 경우 자신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거나 타인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도시도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확립하지 않으면, 마찬가지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살고 싶은 도시'로서의 도시 만들기는 길을 잃을 수도 있다.

도시는 저마다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날을 '시민의 날'로 정하고 있다. 대구는 2020년에 기존 10월8일을 38년 만에 국채보상운동 기념일인 2월21일로 변경하였고, 2·28민주운동 기념일까지를 '대구시민주간'으로 정해 각종 행사로 기념하고 있다. 조례상의 취지를 살펴보면, 시민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시민정체성을 확립하고 시민정신을 확산하는 구체적인 일들이 매우 필요하다. 결국 시민들이 소통을 통해 '우리다움'을 확립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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