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목 받은 작품 다수 공개…"조합원 참여 운영 5개"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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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3 08:02  |  수정 2024-02-23 08:04  |  발행일 2024-02-23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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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극장에서 '박수연 배우전' GV가 열리고 있다. 오오극장의 관객 프로그래머가 진행을 맡았다. <오오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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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극장에서 아티스트와 관객이 대화를 나누는 '영화를 보다가 생각한 것들'이 진행되고 있다. <오오극장 제공>


55개 좌석수 따라 명명…대구 최초·유일 독립영화전용관

작년 멀티플렉스 극장급 좌석 교체
관객 '33다방'서 삼삼오오 모여 소통


2015년 2월 개관한 오오극장(대표 손영득)은 대구 최초·유일 독립영화전용관이다. 서울 4곳을 제외하면 전국에서도 최초다. 대구 중구 곽병원 인근에 위치하며 상영관의 좌석 수가 55개(일반 좌석 51개, 휠체어 좌석 4개)인데 착안해 '오오'극장이란 이름이 됐다.

대기업 위주의 멀티플렉스 극장이 극장문화를 점령한 상황에서 오오극장은 영화문화의 다양성 확대와 영상 창작 활성화를 목표로 하며 극장 상영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한국 독립영화를 소개한다. 독립영화는 일반 상업 영화의 체계, 영화의 제작·배급·선전을 통제하는 주요 제작사의 소수 독점의 관행으로부터 벗어나 제작된 영화다.

당시 대구 독립영화에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사>대구민예총,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미디어핀다 이상 3주체가 시민들의 모금을 통해 설립했다. 개관 이후에는 대구경북영화영상협동조합이라는 별도의 단체를 만들어 극장의 운영권을 넘겼다. 협동조합에는 관객, 영화제작자, 영화정책관련자, 문화활동가, 시민단체활동가 등이 소속돼 있으며 현재 총 39명의 조합원이 극장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독립영화전용관은 영화비디오법 제38조에 따라 독립·예술영화와 애니메이션 영화를 연간 상영일수의 60% 이상 상영해야 한다는 지원 자격을 둔다. 오오극장은 관객의 요청과 프로그램의 다양성 보장을 위해 대구 독립영화를 포함한 한국 독립영화를 70% 이상 개봉한다. 개봉작으로 선정된 작품의 상영 기간은 최소 2주, 14회 상영 보장을 원칙으로 한다. 매년 약 70편, 개관 이래 현재까지 총 600편 이상의 작품을 상영했다. 김현정 감독의 '나만 없는 집'(2017), 유지영 감독의 '수성못'(2018), '나의 피투성이 연인'(2023), 장병기 감독의 '맥북이면 다 되지요'(2017) 등 전국적으로 주목 받은 대구 독립영화도 다수 공개했다.

'관객 프로그래머' 선정작
감독·배우와의 대화 마련


미개봉작 20명 요청시
영화관이 수급·상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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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극장 영화 모임 '오오프렌즈' 관객들이 모임 후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오오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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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극장 내부. 왼쪽 카운터에서 영화표 예매를, 오른쪽 상영관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오오극장 제공>

오오극장은 지역민들의 후원으로 탄생한 역사에 걸맞게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먼저 대구에서 개봉되지 않거나 개봉 시기가 지난 독립영화를 20명 이상이 요청하면 영화를 수급·상영한다. 2022년부터는 관객 모임인 '오오프렌즈'를 신설해 관객들이 영화를 함께 관람하고 감상평을 나눌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자체 기획전도 다채롭게 연다. 관객이 직접 프로그래머가 되는 '관객 프로그래머' 제도로 '관객 프로그래머 초이스!'를 개최해 매달 한 명의 관객 프로그래머가 미개봉 한국 독립영화 중 한 작품을 선정해 상영하고 GV(감독·배우와의 대화)를 진행한다.

영화인에 한정하지 않고 작가, 뮤지션 등 다양한 아티스트가 영화를 매개로 대화를 나누는 자리도 마련한다. '영화를 보다가 생각한 것들'은 아티스트가 자신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거나 영화나 중요한 순간에 관람한 영화를 선정해 함께 보고 개인의 이야기, 관심사, 삶의 태도 등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2018년 래퍼 슬릭을 시작으로 독립출판 제작자 가랑비메이커, 전고운 감독, 송재경 뮤지션, 무과수 작가 등이 함께했다.

매년 연말에는 '대구독립영화 연말정산' 특별전을 선보여 한 해 동안 대구에서 제작된 독립영화를 한자리에 모아 상영한다. 2015년 '대구독립영화 쇼케이스'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대구 독립영화의 활약에 힘입어 2017년부터 '대구독립영화 연말정산'이란 이름으로 확대 편성돼 대구지역 영화인을 위한 축제의 장으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개관 9주년을 맞아 지난 17~18일 9주년 기념 특별전을 열었다. 올해 독립영화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미개봉 신작 3편, 화제의 단편영화 3편을 선보였다.

또 '왜 영화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감독이 직접 답하는 '일과 영화' 강연도 진행했다. 서울국제영화제 '박남옥상' 수상자 장윤미 감독이 강연자로 나서 8편의 장·단편 다큐멘터리를 연출하며 느낀 것들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관객들과 나누기도 했다.

팬데믹 후 입장객 줄어…지역영화 활성화 예산 삭감 '고민'

대구 독립영화 인재풀 축소 우려 속
기획전·커뮤니티 확대 자구책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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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극장 상영관. 일반 좌석 51개, 휠체어 전용 좌석 4개로 총 55개 좌석이 구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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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극장 입구 오른편 진열대. 극장·영화 관련 책자와 극장에서 제작한 문구 등이 놓여 있다.

코로나19 이후 극장을 찾는 사람이 줄어 고심이 깊다. 오오극장 노혜진 홍보팀장은 "코로나 전에는 연 관객 수가 1만3천명 정도 됐는데 이후 3분의 1 정도가 줄어 5천명까지 떨어졌다. 엔데믹 이후 최근에는 상황이 나아져 1만1천명까지 돌아왔지만, 그사이 OTT가 성장하는 등 영화를 관람하는 문화가 바뀌어 완전히 회복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영화 활성화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도 문제다. 이윤 추구를 최우선 목표로 하는 일반 상업영화와 달리 독립영화는 자본과 배급망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창작자의 의도를 중시한다. 이런 특성으로 영화진흥위원회나 지자체의 지원금을 받아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정부의 감액 기조 영향으로 올해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역영화 활성화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 지원사업 8억원 △지역영화 기획개발 및 제작지원 사업 4억원 등 총 12억원의 예산이 줄었다.

노 팀장은 "지역 독립영화 제작은 정부의 지원금이 중요한데 지원금이 줄면 당장 제작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새로운 영화를 만들려 하는 여러 감독들이 돌아설 것"이라며 "당장 몇 년은 버틴다 하더라도 인재 풀에 공백이 생기는 건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대구 영화를 상영하려 해도 대구에서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고, 이로 인해 수도권과의 문화 격차도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오오극장은 작은 극장으로서의 강점을 활용한 생존 플랜을 찾고 있다. 멀티플렉스 극장에선 상대적으로 보기 어려운 지역민들과의 소통을 확대해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노 팀장은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를 위해 올해 영화 소모임들을 늘릴 계획"이라며 "지역 커뮤니티와 공동 기획전을 확대 추진하고 시민들이 극장이라는 공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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