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저출산의 본질은 자녀양육 문제다

  • 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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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6 07:11  |  수정 2024-02-26 07:13  |  발행일 2024-02-26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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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0.6명대로 떨어진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혼인을 안 하고 첫 아이를 안 낳는 것을 해결하는 게 핵심"이라며 '출산율 반등' 대책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경북도는 지난 20일 저출생 극복 전략을 발표하고 돌봄과 주거 모델을 제시하며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필자는 정부와 경북도의 정책들이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으니 결혼 많이 시키고 출산 많이 시키면 된다'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전투에서 고지를 점령하듯 단기전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저출산이란 복잡한 실타래가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살펴보아야 하는데 이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다. 필자는 자녀양육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결국 아이를 누가 맡아서 키우느냐의 문제이다.

먼저 결혼→출산→양육으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보면, 결혼과 출산에 집중하는 것은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의 재판(再版)이다. 혼인율을 높이려면 높은 아파트 가격, 일자리 부족 등을 해결해야 하고, 설사 해결했다고 가정하더라도 남녀 간의 화학반응이 있어야 한다. 결혼 장려에 초점을 두면 헛심을 쓰기 쉽다. 반대로 양육에 집중하다 보면 정책 초점이 명확하다. 대신 출산한 자녀에 집중하면 효과가 없지 않느냐고 비판할 수 있지만, 자녀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확인되면 주변 사람들이 자녀를 더 출산하려고 할 것이다.

20년간 결혼과 출산 중심으로 저출산 정책이 펼쳐져 왔고, 양육정책은 양육에 대한 무지(無知)로 인해 뒤틀린 채 실시돼 왔다. 특히 생후 36개월간의 영유아에 대한 양육의 중요성이 간과되어왔다. 공자는 논어 양화장(陽貨章)에서, 석가모니는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에서 생후 3년간 부모의 돌봄에 대한 은혜를 설명하고 그에 대한 보답을 강조했다. 현대정신분석학의 하나인 대상관계이론과 애착이론 등은 생후 36개월간 부모의 충분한 돌봄의 중요성을 분석해냈다.

1990년대 자녀를 누가 키우느냐의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이상한 방향으로 꼬였다.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남성을 앞지르기 시작했고 젊은 여성일수록 결혼보다 취업을 선택했다. 정부는 보육시설을 대폭 늘렸고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모든 아동에 대해 무상보육을 실시했다. 이로써 여성들은 육아를 국가에 떠넘기고, 정부는 여성의 노동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일시적인 봉합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양육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더 꼬였을 뿐이었다. 첫째, 생후 3년간 부모의 불충분한 돌봄으로 인해 애착장애아동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무상보육 10년이 다가오는 지금,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아동청소년들의 급증이 우려된다. 둘째, 자녀양육의 민주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빠들은 아이 돌봄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엄마들은 '외돌봄' '독박육아'에 치인다. 사회적으로도 환영받지 못하는 일이다.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직장인이 육아휴직을 한다고 했을 때 부서의 성과가 떨어지지 않을까, 자신의 업무가 늘어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셋째, 자녀 1명을 양육한 부부가 1명 더 낳아 기를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성경 창세기 1장에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이라 할지라도 현실에선 자녀양육이 고달프고 힘들고,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다.

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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