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유와 평등의 나라로 대한민국은 태어났다

  • 박헌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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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07 08:47  |  수정 2024-03-07 08:48  |  발행일 2024-03-07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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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경 (변호사)

'젊어서 공산주의에 심취하지 못하면 가슴이 없는 사람이고 나이 들어서도 공산주의에 빠져 있으면 머리가 없는 사람'이라는 말은 좌우대립이 극심했던 광복 이후 한때 사람들 입에 많이 회자됐다. 경제적 평등이라는 유토피아적 이상을 외치는 공산주의는 사회를 개혁하고자 하는 많은 진보적 젊은이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소수의 양반지주들이 토지를 모두 차지하고 대다수 농민들은 50%의 소작료를 지주에게 바치고 입에 겨우 풀칠을 해야 했던 일제 강점기의 젊은 지식인들에게 공산주의는 매력적인 대안이었다. 그들은 민족의 독립만이 아니라 '양반'과 '쌍놈'이라는 봉건적 신분질서를 타파하고, 경제적 평등을 추구해 가난한 농민도 잘사는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공산주의자가 되었다. 그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상당수가 공산주의자들이었다. 체계적으로 공산주의 교육을 받지 않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조차도 남로당에 가입해 공산주의자가 되었고 김종필 전 총리는 골수 공산주의자 박상희의 딸 박영옥과 결혼했다.

그러나 공산주의라는 유토피아적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이타적인 인간이어야 한다. 인간의 본성은 이타적인 면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다. 이러한 이기적인 인간들을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공평하게 나누어 갖게 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강력하게 개입을 해 가진 자들로부터 재산을 빼앗아 없는 자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한다. 따라서 공산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인간의 기본적 자유를 억압하고 철저히 통제할 수밖에 없고 전체주의적 일당독재체제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공산주의의 기본적 속성을 일찍이 간파한 사람이 있으니 다름 아닌 우남 이승만 박사다. 미국 하와이에 살고 있던 이승만은 1923년 '태평양'이라는 잡지 3월호에 발표한 '공산당의 당부당(當不當)'이라는 기고문에서 그 당시 세계의 대다수 지식인들이 열광하던 공산주의에 대하여 공산주의는 '평등'이라는 한 가지만 빼고 모두 인간의 자유를 박멸하는 최악의 독재체제라고 말했다. 1923년이면 레닌이 볼셰비키 혁명을 일으켜 소비에트 연방을 창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볼셰비키의 적군과 왕당파 백군이 치열하게 내전을 벌이던 시대였다. 레닌이 사망한 후 스탈린이 트로츠키파를 숙청하고 집권해 전체주의 공산독재로 수많은 사람들을 살육하기 전인데도 이승만은 공산주의의 민낯을 이미 꿰뚫어 본 것이다. 1945년 조지 오웰이 전체주의 공산독재를 비판한 소설 '동물농장'을 발표하기 훨씬 전이다. 광복과 함께 국내에 들어온 이승만은 공산주의에 반대하여 38선 남쪽에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는 나라를 세웠다. 대한민국은 자유의 나라로 태어난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자유의 나라로만 태어난 것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은 자유만큼이나 중요한 평등의 나라로 태어났다. 1925년 조봉암은 박헌영, 김단야 등과 함께 비밀리에 조선공산당을 조직했다. 조봉암은 1932년 일본에 체포되어 징역 7년을 선고받고 신의주 감옥에서 복역 중 고문과 혹독한 추위에 시달려 손가락 마디 7개가 동상으로 잘려 나갔다. 광복 후 조봉암은 여운형의 좌우합작노선을 지지했지만 이를 사사건건 방해하는 조선공산당을 탈당하고 대한민국으로 전향해 이승만의 남한 단정에 참여했다. 초대 농림부장관으로서 이승만 대통령의 명을 받아 농지개혁법을 입안했다. 농지개혁으로 대한민국은 가난하였지만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이렇게 자유와 평등의 나라로 태어난 대한민국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정책과 맞물려 가난한 후진국에서 단기간에 G7과 어깨를 겨누는 선진국가가 될 수 있었다.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유와 평등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둘 다 소중한 가치다. 새가 두 날개로 날아가듯이 국가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튼튼한 두 날개로 균형을 잡아나갈 때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태어난 지 70여 년이 되는 지금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볼 때다.

박헌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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