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독립운동기념관과 구국운동기념관

  • 우대현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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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8 08:13  |  수정 2024-03-28 08:14  |  발행일 2024-03-28 제21면

우대현
우대현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상임대표 )

우리 헌법 전문(前文)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로 시작된다. 여기서 3·1운동과 임시정부는 독립운동이고, 4·19는 구국운동을 말한다. 독립운동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항쟁이었고, 구국운동은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고 바로 세우는 일이다.

지난 3월4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문시장 옆 계성중 부지에 구국운동기념관을 짓도록 도와달라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요청에 화답했다. 대구시의 구국운동기념관 건립 구상은 2020년 대구의 민간 독립운동단체인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가 발기인 대회를 갖고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시작한 기념관 건립 활동이 한창인 가운데 나온 만큼 대구시민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우리 사업회와 추진위원회의 시민 활동, 보훈부 방문, 정관계 설득과 홍보 등으로 나름 공감대를 얻고 있는 즈음에 제시된 대구시의 구상이니 더욱 그랬다.

그런데 최근 '건국 전쟁' 논란과 이승만기념관 건립 움직임, 이승만 동상 건립 등의 분위기를 보면서 대구시의 구국운동기념관 추진에 왠지 걱정이 앞선다. 구국운동은 역사적으로는 외세와의 전쟁에서 나라를 구한 역사적 인물들, 강감찬 장군이나 이순신 장군 등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공(功)과 함께 과(過)도 있는 인물을 공만 부각하고 과는 뺀 채 구국운동의 영웅처럼 앞세우는 현실은 이해하기 힘들다.

광복 후 철저하지 못한 친일배의 청산, 석연찮은 반민특위의 해산 과정, 보도연맹이나 국민방위군과 같은 의혹투성이 사건, 정적 탄압과 정권 연장을 위한 부정투표 등 여러 대형 부정과 부패 사건에 얽힌 인물이 바로 이승만 전 대통령이다. 물론 토지개혁 등 그의 업적은 내세울 만한 공(功)도 있다.

하지만 허물 즉 과(過)도 적지 않게 뒤섞인 독재 정치가라는 평가도 있다. 이를 균형 있게 다루기는커녕 구국영웅으로만 그리는 모습은 아무리 좋게 봐도 지나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정돼야 할 시각이다.

구국운동과 독립운동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일제강점기는 나라가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라 아예 나라를 빼앗기고 없던 때였다. 나라 되찾는 데 목숨과 모든 것을 바쳐 세계를 떠돌며 풍찬노숙을 마다않은 의병. 대한광복회, 의열단, 임시정부 등 뭇 독립운동 단체에서 희생한 선열들을 떠올리면 독립운동에 대한 관점은 달라야 한다.

독립운동과 구국운동까지 아우르고 싶은 대구시의 구상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대구의 구국운동기념관에 채워질 내용이 무엇이 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선명히 새기는 기념관을 먼저 염두에 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대구는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가 아닌가. 또한 서대문형무소에 버금가는 순국의 희생 역사자산을 가진 대구형무소도 재현해 형무소 순국 206명(서대문형무소보다 11명 많음)의 애국지사를 조금이나마 위령할 수 있는 공간 조성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구국운동기념관이 아니라 독립운동기념관을 기원하는 마음이 더 앞서는 것은 독립운동에 평생을 바친 아버지(백산 우재룡 광복회 지휘장)가 이승만 전 대통령 시절 보낸 핍박한 삶을 지켜본 자식으로서의 연민 때문만은 아니다. 2021년 계명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확인된 대구독립운동기념관건립 찬성 민심(75.9%)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여든 해를 대구에서 보낸 한 노인은 믿고 있기 때문이다.

우대현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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