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커머스의 공습' 초저가 뒤에 쏟아지는 불량품·짝퉁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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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0 18:17  |  수정 2024-03-20 20:43  |  발행일 2024-03-21 제12면
중국발 직구 규모 3조원 넘어서…이용자수 1천만명↑
알리 1조5천억 투자해 물류센터 구축…새백배송 가능
알리익스프레스
중국 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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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직구 현황. 출처 관세청.

대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A(수성구 만촌동)씨는 올해 초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를 통해 블루투스 헤드셋을 샀다. 국내 이커머스에선 30만원이 넘지만 알리에선 70%가량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A씨는 생각보다 짧은 배송시간(5일)과, 성능에 만족감을 느꼈다.

 

하지만 문제는 일주일 뒤 나타났다. 소리가 뚝뚝 끊어지는 등 멈춤 현상이 생긴 것. A씨는 "헤드셋 상자를 자세히 보니, 아주 작은 글씨로 '메이드 인 차이나'가 적혀 있었다"면서 "이 제품은 일본에서만 제조된다. 이른바 '짝퉁'이었다. 알리측에 항의하자 짝퉁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보내야 보상해 준다고 했다"며 답답해 했다. 현재 A씨는 관련 서류를 챙기느라 요즘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최근 초저가를 앞세운 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발 커머스 업체(C커머스)들의 국내 시장 침투가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발(發) 직구 규모는 3조원이 넘어섰고, 이용자 수도 1천만명 이상이다. 하지만 초저가 상품 공세 속에 불량품과 가품(짝퉁) 피해도 급증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20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온 전자상거래 물품 건수는 8천881만5천건으로 1년 전(5천215만4000건)보다 70.3% 늘었다. 중국 직구 규모는 2020년 2천748만3천건에서 2021년 4천395만4천건, 2022년 5천215만4천건 등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직구 시장에서 중국 비중은 68%를 차지했다. 거래금액만 23억5천900만달러(3조1천억원)에 이른다.

특히 알테와 테무의 성장세가 위협적이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종합몰앱을 분석한 결과, 알리와 테무는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성장한 앱 순위 1, 2위다. 이용자(가입자)도 급증했다. 지난달(2월)기준 알리 이용자 수는 818만명, 테무는 581만명이다. 현재 종합몰 앱 순위 1위는 쿠팡으로 이용자는 3천10만명에 이른다.


C커머스의 한국시장 공략의 핵심전략은 '가격파괴'와 '무료배송'이다. 쿠팡 등 국내 이커머스에서 판매하는 동일 제품 가격보다 최소 2~3배 이상 저렴하다. 여기에 최소금액 기준 무료배송도 가능하다.

최근엔 먹거리와 생필품으로 취급품목도 확장하고 있다. 그 기세를 타고 알리는 지난 18일부터 창립 14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할인전을 펼친다. 실제 할인전 첫날 1천원에 나온 계란과 바나나, 딸기, 망고, 한우 등 신선식품은 판매 시작 10초만에 매진됐다. 알리가 식품을 공략하는 것은 반복적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락인효과'로 재구매율이 높은 고정 고객을 계속 잡아두겠다는 것. 

 

테무도 현재 봄맞이 90% 할인전을 진행한다. 테무는 중국 직구 상품이 반품이 힘들다는 점을 감안, 반품 기한을 최대 90일로 확대했다. 1천원 이상만 구매하면 무료로 배송해준다.

하지만 가격이 싼 만큼 품질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른바 '짝퉁' 적발 사례가 잇따른다. 지난해 관세청에 적발된 중국산 지식재산권 침해 물품 즉 짝퉁(특송목록 기준)은 6만5천건으로 전년(6만건)보다 8.3% 늘었다.


판매 금지된 제품, 성분이 불분명하거나 안전사고 위험이 다분한 위험 물품도 버젓이 유통되는 것도 문제다. 중국 직구 제품이어서 안정성을 확인해줄 수 있는 KC인증이나 검사 의무가 없다.

C커머스가 초저가 상품을 쏟아내며 이유는 중국 경기 불황과 연관이 깊다. 내수 경기 부진으로 남아도는 상품을 한국에 헐값에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초저가를 내세운 C커머스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알리의 모회사인 알리바바그룹이 향후 3년간 11억달러(약 1조4천471억원)을 투입, 한국에 통합물류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럴 경우 현재 평균 일주일 정도 걸리던 배송기간도 대폭 단축된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알리 측이 계획하는 물류센터는 약 18만㎡(약 5만4450평·축구장 25개)에 이른다"며 "센터가 구축되면 최대 3~4주 걸리던 배송 시간이 1~2일로 단축된다. 새백배송도 서비스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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