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문화·여가 '원스톱 전략' 닫힌 지갑 열린다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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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3 07:12  |  수정 2024-04-23 07:12  |  발행일 2024-04-23 제1면
대구 토종 아웃렛 쇠락의 길 <하>
자체브랜드로 살아남은 동아百 쇼핑점 매출 꾸준히 신장
'세븐밸리' 초대형 헬스장 입점 등 지역 랜드마크 부활 준비

지난 17일 오전 대구 동아백화점 쇼핑점(아웃렛). 입구부터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매장들은 할인행사 현수막·안내판을 내걸고 고객맞이에 분주했다. 주차장 입구엔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져 아르바이트생들은 안내에 진땀을 뺐다. 이날은 쇼핑점 개점 14주년 기념행사가 있었다. 최대 80% 할인, 사은 프로모션, 스페셜 이벤트, 특가상품전이 열리자 저렴하게 쇼핑하려는 고객들이 몰렸다. 쇼핑점은 이날 평소 대비 5배 이상 매출을 올렸다고 했다. 토종 아웃렛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동아백화점 쇼핑점은 그나마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통해 '나 홀로 분전'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로 차별화

이랜드그룹은 2010년 소유권을 인수한 동화백화점 쇼핑점·수성점을 실속형(중가형) 백화점으로, 강북점은 도심형 아웃렛으로 바꿨다. 또 2012년 대구종합유통단지 내 토종 아웃렛 '올브랜'의 경영권을 넘겨받아 현재 NC엑스코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랜드가 운영을 맡으면서 동아백화점·아울렛은 자체 브랜드와 해외 직매입 편집숍 등 차별화된 전략으로 소비자를 공략했다. 가성비를 갖춘 자체 브랜드가 40여 개나 있어 대부분 백화점·아울렛을 이들 브랜드로 채웠다. 쇼핑점 측은 "자체 브랜드는 가성비가 좋아 고객이 부담 없이 쇼핑을 할 수 있다. 팬데믹 이전엔 자체 브랜드를 동아에만 입점시켜 특정 브랜드 매장을 찾는 고객이 많았다"고 했다.

특히 '모던 하우스(생활용품 전문매장)'의 공헌은 상당하다. 모던하우스는 5~6년 전엔 동아백화점·아울렛에만 입점됐다. 모던하우스를 방문하려면 무조건 동아를 찾아야 했다. 덕분에 동아백화점·아울렛은 리뉴얼 이후 꾸준히 두 자릿수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최근 경기침체 여파로 매출 신장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동아백화점·아울렛은 또 새로운 변화를 계획 중이다. 쇼핑공간 외 문화·여가·체험 공간을 늘리기로 했다. 고객 체류시간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식당가 확대가 그 출발점이었다. 백화점 측은 "백화점은 물론, 아웃렛에서도 쇼핑과 문화, 여가를 함께 즐기려는 수요가 많아 편의 시설을 확충하려 한다"고 했다.

◆복합문화쇼핑몰 생존 키?

대구 북구 동천동에 있는 쇼핑몰 '세븐밸리'는 2007년 문을 열었다. 칠곡지역 최대 쇼핑몰이다. 다양한 패션아웃렛 매장과 영화관, 패밀리레스토랑, 문화센터 등을 내세우며 지역 '랜드마크'로 주목받았다. 단순 의류 쇼핑공간에서 탈피, 복합 휴게공간으로의 변신을 꾀했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쇼핑 트렌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서다. 팬데믹 땐 영화관마저 영업을 중단했다.

최근 세븐밸리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지난달 5층에 영화관(메가박스)이 들어섰고, 4층엔 초대형 헬스클럽도 입점했다. 변화의 시작이다. 세븐밸리 한 의류매장 직원은 "영화관과 헬스장도 들어섰고, 곧 대형 커피숍도 입점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다시 활기가 넘치는 쇼핑몰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들어 쇼핑은 물론, 문화와 레저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쇼핑몰이 각광을 받다 보니, 대기업들도 이 분야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대구에선 2026년 수성알파시티에 프리미엄 아웃렛 '롯데복합쇼핑몰(가칭 타임빌라스 수성)'이 들어설 예정이다. 쇼핑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여가 콘텐츠를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게 조성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기존 쇼핑몰과 완전히 다른 복합문화공간 브랜딩을 통해 전국에서 가장 방문하고 싶은 힙(hip)플레이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토종 아웃렛이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큰 자본을 들여 새 브랜드와 시설을 도입하기보단 기존 상권을 보호·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규채 경북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은 "토종 아웃렛이 무너지면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쉽지 않겠지만, 법적 테두리에서 아웃렛 소상공인에게 도움을 줄 방안을 찾는 데 지역사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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