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자영업자 한계와 고통, 외면말아야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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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24  |  수정 2024-06-24 07:05  |  발행일 2024-06-24 제22면

[취재수첩] 자영업자 한계와 고통, 외면말아야
이지영기자

대구 중구의 한 주택가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친구는 최근 진지하게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매출은 줄었는데 원재룟값, 인건비, 임대료까지 올라서 당최 남는 게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주중엔 매출이 5만원이 채 나오지 않는 날도 있다"며 "장사하러 나와서 멍하니 시간만 보내고 가는 날도 허다하다"고 울먹였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경기가 만성적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자본력이 약한 동네가게는 이미 한계에 봉착한 지 오래라는 분석도 나온다. 눈물을 머금고 버텨낸 코로나19 팬데믹 시기가 무색할 만큼 암울한 상황이다. 가만히 있어도 "팬데믹 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자료를 보면 지난 1~5월 대구에 접수된 중소기업중앙회 노란우산공제회의 폐업 공제금 건수는 2천313건, 금액은 310억원이다. 전년 동기(2천131건, 257억원)보다 각각 8.5%(182건), 20.6%(53억원) 늘었다. 폐업 공제금 지급 규모가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자영업자들이 고달파졌다는 것을 말한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급증이라는 위기신호가 감지된 지는 오래다. 자영업자들은 말 그대로 한계 상황에 봉착했다. 이들의 부실이 한꺼번에 터지면 사회적 혼란은 물론, 금융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 그야말로 시한폭탄이다. 팬데믹 당시 대출로 연명하던 소상공인들은 비대면 시대가 끝나면서 예상과 달리 매출이 오르지 않았다. 대출금을 제때 갚지도 못하고 있다.

문을 닫고 싶지만 이마저도 어렵다. 지난달 만난 한 자영업자는 7년간 운영한 식당을 폐업하면서 인테리어 복구, 철거 비용 등으로 최소 400만원이 들었다고 했다. 폐업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뛰었다고 했다. 기가 찰 노릇이다.

자영업자의 고통은 단순한 경제적 어려움뿐만이 아니다. 폐업하는 순간 꿈과 희망도 깡그리 날아간다. 매일 아침 가게 셔터를 열며 손님을 기다리는 그들의 마음은 어느샌가 불안과 절망으로 가득 찼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 차원의 뾰족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가 '서민, 자영업자 지원방안 마련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어 정책금융의 적극적인 역할을 찾겠다는 게 전부다. 자영업자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지금 자영업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실질적인 지원이다. 폐업 지원을 적극 검토하고 다른 일자리로 옮겨가도록 직업 재교육 및 구직 연계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이지영기자〈정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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