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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게티이미지뱅크 |
"최저임금에 맞춰서 인건비를 지급하고 나면 당최 남는 게 없다.
우리도 남는 게 있어야 계속 장사를 하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의 핵심쟁점중 하나였던 업종별 차등적용이 결국 무산되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와 경기침체탓에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인건비마저 또 오르면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어서다.
3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 측이 요구한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표결에 부쳤다. 결과는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2020년 최저임금을 정한 2019년 이후 6년 연속 업종별 구분 적용이 무산된 것.
경영계는 소상공인 등 영세사업자의 지급 여력을 이유로 업종별 구분 적용을 제안했다. 특히 편의점, 택시 운송업, 한식 음식점업, 외국식 음식점업 등에 대해 최저임금을 구분해 적용하자고 거듭 촉구했다.
편의점주 등 소상공인과 중소기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후 자영업자 폐업 및 휴업이 느는 상황에서 인건비 상승은 큰 부담이다.
대구 자영업자들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무산 소식에 좌절했다. 자영업자들은 2018년부터 올해까지 7년간 최저임금이 52.5% 급등하면서 이를 맞춰주는 것에 큰 부담을 느꼈다. 그간 인건비 절감책으로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자신이 직접 일하거나 가족을 동원해 근근이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 동구 신천동의 한 편의점 업주는 "30년 가까이 동네 슈퍼를 하다가 4~5년전 편의점을 오픈했는데 생각만큼 수익이 안나서 넘 힘들다"며 "최저임금을 맞추다 보면 알바 한 명당 인건비가 200만원이 넘는다. 지금은 알바비를 아끼기 위해 야간엔 아들이 편의점을 지킨다"고 했다.
실제 소상공인들의 월평균 인건비 비중은 2022년 21.9%에서 지난해엔 26.0%로 올랐다. 최저시급 9천860원이 적용된 올해는 인건비 비중이 26.7%까지 늘었다. 특히 이·미용실(73.7%)과 편의점 및 슈퍼마켓(73.5%)은 인건비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인건비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여동호 음식업중앙회 대구시지회 총무처장은 "인건비 부담에 3명 쓸 아르바이트생을 2명 밖에 못 쓰게 되니 일자리가 줄어든다"며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무산된 만큼 내년도 최저임금은 인상률을 최대한 억제하거나 동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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