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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희 (철학·경영학 박사) |
흔히들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한다. 12·3 계엄에서 국무위원 대부분이 반대했지만 결국 제왕적 대통령 1인을 막지 못했다. 그런데 제왕적 대통령 제도에서 대통령이 탄핵당했다면 이게 과연 제왕적 대통령인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제왕적 국회가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은 국가 권력을 어느 한쪽으로 힘이 쏠리지 않도록 입법·사법·행정이 서로 견제하면서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삼권분립 국가이지만, 제왕적 권력은 세 가지 권력분립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그것은 권력의 성격은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으로부터 한시적으로 위임받은 강력한 권력을 어떻게 견제하고 분산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즉 견제와 균형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실천되어야 하는 중요한 덕목이다. 그런데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권력으로 착각하고 있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이번 다수당의 29차례 릴레이 탄핵이라는 입법독재에서 삼권분립의 한계를 절실히 경험했다. 행정부와 사법부는 입법부에서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지만, 입법부 국회의원을 임기 중에 탄핵할 방법이 없으니 탄핵 소추가 기각되더라도 안 되면 그만이다. 책임 소재의 장치가 없다는 것은 그야말로 제왕적 국회이다.
권력 분립의 원칙에 따라 입법부를 견제할 국회의원 탄핵제도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국민이 느꼈고, 국민의 92%가 국민소환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따라서 국민으로 부터 선출된 국회의원의 탄핵소추는 국민이 직접 국회의원을 탄핵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도가 필요하다. 현재 자치단체장·지방의원의 경우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이 있지만, 국회의원의 경우 같은 선출직임에도 불구하고 소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국회의원을 임기 만료 전에 탄핵할 수 있는 묘책이 없게 됨에 따라 스스로 제왕적 국회가 되어 버린 것이다. 따라서 같은 선출직 공직자인 국회의원의 책임성을 높이고 국민 주권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구 국회의원과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임기 만료 전에 국민소환으로 탄핵할 수 있는 제도가 절실히 요구된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제도 도입 2007년부터 지금까지 총 138건 청구됐지만, 투표율 미달로 부결됐고 2건만 가결되었다. 주민소환제의 성공률이 1.45%, 다시 말해 지금의 주민소환제는 효과성이 없는 빛 좋은 개살구다. 따라서 삼권분립의 취지와 달리 서로 간의 견제가 되지 않고 있는 현재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국민주권과 삼권분립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필자는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국민소환제 입법이 필요하다. 같은 선출직임에도 불구하고 평등하지 않는 주민소환제를 국민소환제로 확대하는 법률 개정을 하거나 국민소환제의 입법이 필요하다. 둘째, 투표율 미달을 방지해야 한다. 현재 15% 이상의 주민서명과 주민투표를 "선거 당시 지역 투표율 기준"으로 하여 실질적 효과가 있도록 하는 것과 소환자가 서명자의 "개인정보 열람을 금지"토록 해야 한다. 그동안 국민의 뜻을 위반한 국회의원에 대한 퇴출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많았고, 관련 법안도 오래전부터 발의되었다. 2024년에도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박주민의원 등 12인)이 발의되었지만 해를 넘겨 폐기되었다.
국회의원도 제도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지만 '스스로 목에 방울을 달겠다'는 법안을 국회의원들이 쉽게 통과시킬 리 없다. 의원 입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안이지만,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에서의 국민주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며 또한 다원화된 권력 구조와 민중의 적극적인 참여가 보장되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민주주의를 이루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보다 투명하고 책임 정치를 실현하여 미래세대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랑스러워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현희 (철학·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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