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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연자실주가의 급락세가 이어진 9일 대구시 수성구의 한 증권사 직원이 모니터를 힘없이 바라보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9일 오후(현지시각)로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 산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대구·경북지역 증시 투자자들의 시선이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각국 금융시장은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의 유동성 공급 합의와 유럽 중앙은행(ECB)의 이탈리아·스페인 국채 매입 선언으로 최악의 상태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3차 양적 완화 조치를 포함한 추가 경기부양책이 그의 입을 통해 발표된다면 세계증시는 이를 호재로 삼아 반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FOMC에 대한 기대감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실적으로 버냉키 의장이 마땅히 내놓을 대책이 없으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도 시장에 영향을 줄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버냉키의 입이 열리면 한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는 오를까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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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양적완화 발표 여부 촉각
이번 FOMC 회의의 최대 관심사는 제3차 양적완화 정책의 도입 여부다. 미국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정책의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에서 돈 보따리를 풀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2차 양적 완화보다 효과가 다소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버냉키 의장이 이 카드를 꺼낼 공산이 크다.
대구지역 상당수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 확실시되며 3차 양적 완화에 대한 확실한 발언이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추가 양적 완화로 금융 불안을 일으킨 원인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는 없지만, 일시적인 금융시장 안정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은행의 지급준비금에 대해 이자를 부과하는 이른바 ‘지준부리율’ 인하 개연성도 거론된다. 양적 완화 조치가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통화당국이 막대한 규모의 초과지분금을 강제로 시중에 공급하는 방안이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FOMC가 어떤 방식으로든 경기부양 의지를 표명해야 할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은 이미 두 차례의 양적 완화를 실행했기 때문에 추가 조치를 위한 남은 힘이 부족하지만 워낙 상황이 심각해 버냉키 의장이 투자자 신뢰 회복을 겨냥한 조치에 안간힘을 쓸 것으로 전망했다.
◆FOMC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라
KTB투자증권은 9일 발표한 ‘Economic Brief’를 통해 높아진 기대를 충족할 만큼 마땅히 내놓을 대책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FOMC에 대한 기대치는 조금 낮춘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다.
버냉키 의장이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저금리 기간을 더 길게 가져간다거나 0.25bp인 지급준비율을 더 내리는 조치 등을 언급할 수 있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용택 KTB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에서는 세 번째 양적 완화 조치를 기대하고 있으나 실효성 등의 이유로 이번 FOMC에서 언급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도 시장의 투자심리 회복을 방해하고 있다. S&P는 미국 국책 모기지기관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증권관련 4개 공공기관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췄다. 유럽에 대한 연쇄적 신용등급 하향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역의 한 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용등급 강등이 확산하면 AAA등급의 유럽 국가와 특히 유럽의 금융기업들이 받을 충격에 대해 시장이 우려하고 있다”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인 유럽의 신용부도스와프(CDS)가 안정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선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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