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대구지역 산업계가 초긴장상태에 빠졌다.
환율상승으로 인한 이점보다 미국과 유럽의 실물 경기침체로 인한 수출 물량이 줄어들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 기업들은 2008년 금융위기 학습효과로 유동성 확보 등 대응 전략짜기에 고심하고 있다.
올 들어 제2·3공장을 신설, 가동에 들어간 자동차부품 1차 협력업체 A대표는 주식시장 폭락 이후, 은행에서 신용대출로 10억원의 운영자금을 확보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이어져 자동차 수출물량이 감소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가 현재까지 주문받아 놓은 물량은 한 달치 정도이다. 하지만 수출물량이 감소할 경우, 한 달 뒤부터는 회사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에 운영자금 확보에 나선 것.
A대표는 “자동차 경기가 좋아 많은 부품 업체들이 막대한 시설투자를 한 상황인데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이어져, 수출물량이 감소할 경우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2008년과 달리 수출은 여전히 잘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당장에는 큰 위기가 없겠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한 달 이상 지속될 경우는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A대표는 현재 은행 서너 곳에 신용대출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2·3차 협력업체가 대부분인 북구 검단공단에서는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업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한 번에 한 달 치를 구입하던 원자재를 일주일 단위로 쪼개 구입하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원자재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주문량이 감소할 경우를 대비하는 것. 또 직원들의 휴가기간을 늘리는 한편 최악의 경우 인력감축 등의 방안을 고심 중인 업체들도 있다는 공단 관계자는 귀띔했다.
검단공단 관계자는 “1차 협력업체가 타격을 받으면, 2·3차 협력업체는 찌그러진다”며 “공단에는 20년 이상 공장을 운영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위기를 직감, 몸집 줄이기 등을 통해 닥쳐 올 위기에 더 빠르게 대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지역의 올해 수출전망치 수정도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는 올 해 수출 전망치로 대구 57억달러, 경북 481억달러를 제시했다.
무협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대구의 수출액은 31억달러, 경북은 253억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상반기 집계 실적으로는 최고치다. 대구는 지난 3월 이후 4개월 연속해 월수출액 기록을 경신했으며, 경북은 올 들어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무협 관계자는 “금융시장 혼란이 잘 나가던 지역 수출에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다. 8·9월 수출 실적 등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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