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새만에 1년치 연봉 날렸다” 직장인들 株불안석

  • 최수경,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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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8-10  |  수정 2011-08-10 07:57  |  발행일 2011-08-10 제8면
코스피 엿새만에 400P↓… 개인 투자자 ‘패닉’
엿새만에 1년치 연봉 날렸다” 직장인들 株불안석
9일 대구시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잰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주가가 연일 급락한 탓인지 범어동 금융·증권가로 향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무거워 보인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코스피 지수가 엿새만에 400포인트 가까이 폭락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패닉상태에 빠졌다. 특히 이들은 미처 손쓸 겨를도 없이 반대매매를 당해 ‘깡통계좌’로 고통스러워하고 있고, 그 여파는 직장생활의 무기력증으로 이어졌다.

4천만원으로 주식투자를 했던 강모씨(39·대구 달서구 용산동)는 이번 대폭락으로 투자금액의 절반인 2천만원을 잃었다. 강씨는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주식을 구매한 뒤 3일 이내 갚아야 하는 ‘미수’기법을 통해 주식을 해왔다.

직장인 장모씨(45·대구 달서구 감삼동)는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산 뒤 3개월 이내로 매각해야 하는 ‘신용거래’를 통해 주식투자를 해왔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주식이 이번에 나흘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는 바람에 3천만원이나 날려버렸다.

장씨는 “나같은 개미투자자는 변동폭이 큰 중소형주에 투자해 단기승부를 거는데, 이렇게 날벼락을 맞고나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식구들 볼 면목도 없다”며 “출근해서 PC로 주식장세를 보면 일이 손에 안잡혀 미칠 것만 같다. 며칠간 점심식사도 제대로 못했다. 상사나 동료가 질문을 하면 멍하니 있을 때가 많다”고 답답해 했다.

즐거워야 할 휴가길이 고행길이 된 사례도 있다.

지난 5일 가족과 여름휴가를 떠났던 박모씨(36·대구 북구 대현동)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미국발 신용등급 하락뉴스를 접하고, 갑자기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고 했다. 불안한 마음에 당장 매도를 하고 싶었지만 다음날이 주말과 휴일이어서 여의치가 않았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매도하려 했지만 이미 손절매 타이밍을 놓친 뒤였다. 박씨는 “지난달 중순 주식을 산 이후 이미 수익률이 -10%대여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이틀사이 주가폭락으로 총 손실액이 -30%를 넘고 말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은 신용거래나 미수 등 돈을 빌려서 투자를 해, 깡통계좌가 되면 졸지에 빚더미에 오르게 된다. 정보력이 약해 방어전략을 펴기도 쉽지 않다. 더욱이 이들이 공략하는 주식종목은 대부분 중소형주여서 한번 투자자들이 매도물량을 쏟아내면 하락폭이 금세 커지고 만다. 심리적 위축으로 장세가 얼어붙으면 좀처럼 회복하기도 힘든 상태다.

증권포털사이트 팍스넷은 이미 개미투자자들의 성토장이 된지 오래다.

아이디 ‘목표 백엄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투자자는 “신용을 쓰다보니 원금 대비 40%가량 손실인데, 본전이라도 빠져나올지 의문이네요. 쓰나미처럼 걱정이 밀려옵니다. 단기반등만 좀 나와도 좋으련만”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아이디가 ‘천왕봉1915’인 한 투자자는 “마음도 몸도 기력을 잃었네요. 8월4일 손실 1천479만원, 5일 손실 2천60만원, 8일 손실 1천77만원. 3일간 손실이 무려 4천616만원입니다”며 울분을 토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금같은 폭락장세 때 개미투자자들은 발을 담그지 말고, 기존주식을 장기간 보유한다는 마음자세로 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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