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하 대구FC 대표이사 사퇴 결정과 철회 뭘 남겼나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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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8-27   |  발행일 2013-08-27 제26면   |  수정 2013-08-27
① 시민구단 한계 노출 ② 市와 갈등 표출 ③ 팀 분위기 악화

김재하 대구FC 대표이사가 26일 사퇴를 번복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근본 해결책 없이 소모적인 논란만 키우고 급하게 봉합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이사의 사퇴번복 이유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구단 책임자로서 시즌 도중 하차하는 게 도리가 아닌 데다 축구팬들의 지지가 생각보다 컸다는 이유를 댔지만,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보다는 김 대표이사 퇴진을 기정사실화한 대구시가 예상보다 큰 비판 여론에 직면하자 마지못해 다시 손을 내밀었고, 김 대표이사가 이를 수용하고 타협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내년 지방 선거를 앞둔 김범일 시장의 입지도 고려됐을 가능성이 크다. 김 대표이사가 대구시에 사과의 뜻을 표명하고, 시와의 불화는 일절 없었다고 애써 밝힌 대목도 이런 시각에 무게를 실어준다.

사실 김 대표이사가 사퇴를 결심한 데에는 대구시와의 소통부재와 갈등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대구시는 지난해 110억원이던 대구FC 예산을 올해 10억원가량 축소한 데 이어 10억원을 더 줄이라고 통보했다. 안 그래도 만성적인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구FC로서는 감내하기 힘든 조치였다. 설상가상으로 주요 스폰서인 대성에너지마저 광고비 5억원을 못 주겠다는 입장을 밝혀 김 대표이사의 구단 운영에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다 대구시가 선수 이적 문제와 마케팅 등 구단 운영에까지 개입하면서 김 대표이사는 ‘최후의 카드’를 뽑아든 것이다.

부진한 성적과 경영 압박에 스트레스가 심했을 김 대표이사의 심경은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불쑥 사표를 던진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구시와 충분한 대화로 풀어가야 할 일을 힘 겨루기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구시의 예산축소에 반발
선수 이적 문제·마케팅 등
구단 운영 개입하자 마찰

대화로 문제 풀지 않고
市와 힘겨루기 논란 가중

강등권 탈출 급한 상황에
김 대표이사 사의표명 후
5경기 2무3패 경기력 쇠퇴

이에 대해 축구팬들은 지금껏 김 대표이사의 헌신적인 노력을 인정해 힘을 실어줬으나, 시민들 사이에선 구단이 강등의 위기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책임있는 자세는 아니라는 평가도 있었다.

일각에선 시민구단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며 시민구단의 존폐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라는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대구FC 선수단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강등권 탈출을 위해 경기에만 집중해야 할 때 대구시와 구단의 힘 겨루기에 휘말리며 팀 분위기만 어수선해졌다. 이는 승부와도 직결됐다. 대구FC는 후반기들어 3승1무2패를 기록하며 부활 조짐을 보였으나 김 대표이사가 사표를 던진 7월 중순 이후 5경기에서 2무3패로 죽을 쑤고 있다.

또한 이번 사태는 ‘없던 일’로 일단락됐지만 근본 해결책도 찾지 못하고 쓸데없는 논란만 일으켰다는 비판을 면키 힘들다. 그동안 문제가 돼왔던 시민구단의 예산지원과 운영방안 등에 대한 뚜렷한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면 대구FC와 대구시는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긴 채 급한 불만 끄는 셈이다.

이로 인해 지자체와 시민구단이 서로 얼굴을 붉히는 불미스러운 사태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시민구단은 태생적으로 지자체의 지원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시민구단 대부분은 매년 예산 부족으로 인해 경기력 약화→재미없는 경기→관중·스폰서 외면→수익 악화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민구단을 책임진 지자체는 예산지원을 무기로 내세워 갑 행세를 하려는 경향이 짙다. 특히 대구시는 대구FC가 클럽 하우스는 물론 전용 훈련구장조차 없는 사실은 애써 외면하면서, 예산을 삭감하며 구단을 길들이려는 행태를 보였다. 또 대표이사의 사퇴를 빌미삼아 시민구단을 장악하려고 시도해 비난을 자초했다.

이번 김 대표이사의 사퇴번복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대구FC의 자구 노력과 함께 시민구단을 대하는 대구시의 자세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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