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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구 작 ‘은행나무- 기억’ |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풍경을 따뜻하면서도 깔끔한 이미지로 담아내고 있는 서양화가 박병구의 23번째 개인전이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펼쳐진다.
많은 화가들이 자연풍경을 그린다. 늘 같은 모습의 자연처럼 보이지만 사시사철 다른 모습을 간직하고 있고, 보이지 않지만 무한한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과 그 모습에 내재된 에너지를 누구나 다 느끼는 것은 아니다.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 알 수 있다. 작가들은 이런 점에 주목한다. 같은 자연풍경을 보더라도 화가의 시선과 내면을 통해 그림이라는 매체로 표현되는 자연의 모습은 다르다. 이것이 미술에서 풍경화가 갖는 큰 매력이다.
박 작가는 자연의 사계를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수성못, 사량도, 우포늪처럼 누구나 한번쯤은 가봤던 곳의 풍경을 표현하는 것은 물론 정확히 어딘지는 모르지만 교외로 나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논과 밭, 바다의 풍경을 그린다. 일상적 풍경이라서 얼핏 보면 익숙한 듯 느껴지지만 그를 통해 나온 그림은 실제 자연풍경과는 또 다른 멋을 준다.
우선 그의 그림은 색채가 밝다. 노랑, 빨강 등 강렬한 색감이 아닌 분홍, 하늘색, 녹색 등 부드러워 보이는 색감의 사용이 두드러진다. 그래서 포근하고 정겨움이 느껴진다. 마치 어릴적 뛰놀던 고향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듯 친근감을 준다.
나무, 강, 늪 등이 어우러져 자칫 복잡해보일 수 있는 풍경을 단순화된 표현기법으로 담아내는 것도 눈길을 끈다. 다채로운 풍경을 단순화시킴으로써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준다. 이는 무엇인가 정제된 것 같은 순수함, 고요함, 평화로움을 떠올리게 한다.
평론가들은 풍경화의 진정한 가치는 예술가가 그 풍경을 어느 정도까지 자기화(自己化)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 박 작가의 풍경화는 내면화를 통해 색과 형태의 변조가 다채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데 매력이 있다. 변조된 형과 색의 조화를 통해 규격화를 벗어난 독자적인 그림틀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010-3816-0092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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