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한복판 ‘집창촌’언제까지…

  • 명민준,이현덕
  • |
  • 입력 2014-05-19 07:31  |  수정 2014-05-19 07:31  |  발행일 2014-05-19 제6면
성매매 특별법 10년···‘자갈마당’폐쇄 논란
20140519
17일 자정, 대구의 대표적 집창촌인 일명 ‘자갈마당’에서 업주들이 남성들에게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17일 자정, 대구 지역 최대 집창촌인 일명 ‘자갈마당’ (중구 도원동).

사다리 형태의 좁은 골목에는 드문드문한 가로등을 대신해 수십여 곳의 업소가 밝힌 조명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제는 ‘홍등가’라는 표현도 옛말, 대부분의 업소에서는 백색의 형광등 불빛을 밝히고 있다. 업소 유리창 안에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나이의 여성 너댓 명이 전시품처럼 서있고, 비키니 수영복 형태의 일명 ‘홀복’ 차림도 눈에 띄었다.

여성들은 마치 쇼윈도 안의 마네킹처럼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이다. 양쪽으로 늘어선 업소 사이 10m 폭의 길을 따라 외국인 노동자로 보이는 남성 10여명이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업주들은 이들에게 달려들어 “숏(1회 성매매)은 8만원이고, 슬립(숙박)은 15만원”이라며 손짓과 발짓을 섞은 호객행위까지 불사했다. 한 업주는 “안마방과 키스방 같은 업소가 여기저기 생겨나 손님이 줄었지만, 하루 100명은 족히 찾아온다”며 “요즘엔 외국인 노동자들이 줄지어 찾아오는 편”이라고 밝혔다. 업주는 건물마다 2평(6.6㎡) 안팎의 좁은 방이 평균 8~15개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 - 벼룩시장
부산 - 문화·예술거리
전국 곳곳 성매매 집결지
시민 위한 공간 탈바꿈

대구·경북 여성단체
자갈마당 폐쇄론 등
조례제정 공약 촉구


성매매특별법(2004년 9월 제정) 시행 이후, 전국 곳곳의 성매매 집결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지만, 지역 최대 집창촌인 자갈마당은 여전히 성업중이다.

이에 따라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일각에서는 조례제정을 통한 본격적인 ‘자갈마당 폐쇄론’을 들고 나오고 있다.

‘말의 재갈을 물리는 곳’이라는 뜻으로 이름 지어진 자갈마당은 1916년 일제시대 공창제도가 생겨나면서 집창촌으로 자리 잡게 됐다. 광복이후 공창제가 폐지(1947년)됐지만, 지속적으로 영업이 이뤄져왔다. 2000년도에 들어와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며 상당 부분 규모가 축소되기도 했지만, 점차 증가하며 성업하고 있다.

18일 대구시 중구청에 따르면 현재 자갈마당에서 영업중인 업소는 모두 48곳으로 추산되며, 250여명의 여성이 영업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전국 곳곳의 성매매 집결지는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대전의 집창촌이던 일명 ‘카페촌’은 현재 벼룩시장으로 바뀌어 하루 6천여명의 시민이 몰리고 있다. 부산의 ‘완월동’을 비롯해 전주, 청주 등 전국 각지의 집창촌도 지자체의 주도로 문화·예술거리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속에 지역 시민단체에서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자갈마당 폐쇄론’을 제기하고 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과 전국여성노동조합 대구본부는 지난 9일 대구시장 후보자들에게 자갈마당과 관련해 조례제정 공약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자갈마당의 업주와 건물주, 토지주에 대한 불법이익을 환수하고 자진 폐쇄하도록 요청했다. 또 성매매 여성에 대한 탈(脫)성매매 및 이주 지원조례를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인근 북성로 도시재생 사업과도 연계해 문화예술공간을 조성하는 안도 내놓았다.

대구시는 현재 기초적인 사업구상마저 준비해두지 못한 상태다. 대구시 도시재생과 측은 “자갈마당을 폐쇄하고 대체할 시설물에 대한 구상은 현재까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새로운 시장이 오고 나면 구체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현덕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