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은 ‘김유신의 山’…극락굴·장군폭포 등서 삼국통일 염원하며 修道

  • 박진관
  • |
  • 입력 2014-05-23   |  발행일 2014-05-23 제34면   |  수정 2014-05-23

팔공산은 ‘김유신의 山’…극락굴·장군폭포 등서 삼국통일 염원하며 修道
은해사 중암암에 있는 극락굴. 화엄굴이라고도 하며 김유신과 원효 스님이 이곳에서 수행을 했다는 전설이 있다.
김유신과 팔공산은 인연이 깊다. 삼국사기 열전 ‘김유신 상’에 따르면 김유신은 나이 17세 때 고구려, 백제, 말갈이 국경을 침범하는 것을 보고 비분강개해 구적을 평정할 뜻을 품은 뒤 홀로 중악(中岳·팔공산)의 석굴에 들어가 천지신명께 삼한일통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는 비법을 달라며 기원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중악석굴의 위치에 대해선 학자마다 조금씩 견해가 다르다.

주보돈 경북대 사학과 교수는 “과거의 학설로는 단석산을 중악으로 봤으나 지금은 은해사 부속 암자인 중암암(돌구멍 절)의 석굴이 가장 역사적 사료에 근접한 장소”라며 “중악은 팔공산을 지칭하는데 21㎞에 이르는 팔공산의 꼬리 부분이 바로 중암암 부근이라 예부터 기도처로 유명했다”고 했다.

주 교수는 또 “신라의 삼산(나력·골화·혈례) 중 골화가 영천 일대를 가리키는데, 골화의 산신이 김유신을 보호했다는 설화가 있다”고 말했다.

전영권 위클리포유 대구지오(GEO) 자문위원은 “지금까지 김유신 장군이 수도했던 석굴을 은해사 부속암자인 중암암의 극락굴, 경산시 와촌면 불굴사의 원효굴, 은해사 말사 오도암의 원효굴(서당굴)로 보지만 각각의 곳에 다 설화가 있어 딱히 한 곳을 지정해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화랑이 명산을 찾아다닌 이유는 심신을 단련하고, 국토에 대한 애정을 갖기 위함이지만 산세 등 지형지물을 익혀 전쟁에 대비하려는 목적도 있다. 특히 팔공산은 신라의 중악에 해당하는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에 김유신이 한 곳에서만 수도했을 리는 없다. 팔공산 곳곳에 장군바위, 장군수, 장군폭포, 장군동 등의 이름이 남아있는 것도 그 연유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지난 16일, 신태문 ‘영남의 길과 문화’ 사무국장(62)과 함께 은해사 암자인 중암암을 찾았다. 중암암은 은해사에서 약 4.8㎞되는 지점에 있다. 지금은 차로 중암암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시멘트포장이 다 돼 있다. 하지만 옛 화랑의 발자취를 밟아보기 위해 반쯤 정도 가다 차에서 내려 걸어갔다. 왼쪽으로 계곡이 흐르고 완만한 경사가 이어졌다. 은해사와 중암암 중간 부근 백흥암을 지나자 경사는 점점 가팔라지며 호흡도 거칠어졌다. 초여름 신록이 일행을 반겼다. 계곡의 물소리, 딱따구리가 나무를 파는 소리, 산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귀가 맑아졌다. 전영권 위원에 따르면 은해사 일대는 변성퇴적암지대이나 상부에 위치하는 묘봉암, 백흥암, 운부암, 중암암 일대는 화강암과 기반암이 주를 이룬다. 큰 바위가 주변을 압도한다. 오랜 세월 동안 차별적인 풍화작용으로 기반암과 연결돼 지표에 노출됨으로써 형성된 ‘토르’(켈트어로 똑바로 서 있는 석탑) 지형이다.

이 근방 청통천 상류 유역권에 발달하는 대표적인 지형으로는 기기암 주변의 안흥폭포와 폭포 상류에 있는 장군폭포다. 장군폭포는 김유신이 낭도시절 도를 닦기 위해 폭포를 맞았다는 설화가 있다. 장군폭포에 물이 떨어지고 있으나 가뭄이라 그런지 양은 그리 많지 않다. 장군폭포를 지나 약 30분 올라가면 중암암(돌구멍 절)에 다다른다. 나무데크와 돌계단이 있어 험하진 않다. 돌구멍 절은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굴을 통과해야 만날 수 있다. 확성기에서 계속 “나무아미타불” 가락이 들려오는 가운데 밧줄을 타고 극락굴에 다다랐다.

극락굴은 화엄굴이라고도 한다. 일설에는 김유신이 이곳에서 심신을 수련했다고도 한다. 김유신이 원효보다 나이가 22살이나 많으니 김유신이 먼저 수련을 했으리라. 이곳엔 극락굴 말고도 김유신이 물을 떠먹었다는 장군수도 있다. 이밖에 삼인암, 건들바위, 만년송 등 흥미로운 지형과 고송이 산재해 있다. 하지만 안내판이 제대로 된 게 없어 이들을 찾느라고 애를 먹었다.
 신 국장은 “팔공산도립공원이나 영천시에서 좀 더 관심을 가져 안내문 등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팔공산 자락 경산시 와촌면 신한리에서 선본사로 오르는 중간에 ‘장군바위’라고 하는 명마산(鳴馬山)이 있다. 김유신이 불굴사에서 도를 닦고 석굴을 나설 때 흰 말이 큰 소리로 울며 승천하는 것을 보고 ‘명마산’이라 이름지었다고 한다. 장군바위의 생김새가 남근과 비슷하게 생겨 이곳에서 치성을 드리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