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메가트렌드 읽기 .1] 3D프린터가 바꾸는 세상 - 의식주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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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15   |  발행일 2014-09-15 제29면   |  수정 2015-07-10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곳 ‘3D 프린터’로 간편히 해결
20140915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프린터란 모니터에 나타난 글자와 그림을 종이에 다시 옮기는 기계였다. 이에 반해 3D프린터는 특정 소프트웨어로 그린 3차원 설계도를 보고 입체적인 물건을 인쇄하는 장치다. 미래학자들은 음식도 3D프린터로 해결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3D프린터로 인한 미래혁명은 우리의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기술진보가 하루가 다르게 진척되면서 갈수록 가늠하기 어려워지는 20년 뒤 혹은 30년 뒤 미래에 대한 예측은 언제나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매년 상반기에 출간되는 각 분야 세계 최고 전문가들의 분석을 담아낸 ‘유엔미래보고서’가 한 발 먼저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자료로 적지 않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미래는 결코 우리의 생각대로 변화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신기술과 미래의 예측을 민감하게 살펴보고, 이를 적극적으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미래에 대한 예측과 대비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중요한 조건일 것이다. 이에 내년 상반기 ‘유엔미래보고서 2045 보고서’ 발간을 목표로 저자들이 수집 중인 자료를 미리 입수해 각 분야별 메가트렌드는 어떤지, 또 어떻게 변해갈지 시리즈로 조명할 예정이다.

 

안갈아 입어도 되는 ‘나노복’
수시로 색상·형태 변화 가능

음식물 카트리지 배달 통해
원하는 음식 손쉽게 섭취

24시간내 집도 ‘프린트’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사는
‘노마드 삶의 시대’ 도래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려는 개인과 기업, 국가라면 미래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 실제로 우리는 미래예측이 기업과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한 경우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일례로 1969년에 열린 세계미래회의에서 오일쇼크를 예측한 피에르 왁의 조언을 받아들인 다국적 에너지 회사인 ‘로열더치셸’은 유전을 매입하고 준비를 철저히 해서 73년에 실제 오일쇼크가 왔을 때 단숨에 성장해 세계 매출액 2~3위권의 거대기업이 되었다. 반면 ‘코닥’은 사내 직원이 디지털카메라 모델을 가장 먼저 만들었음에도 이를 수용하지 않고, ‘구식 카메라’ 사업에 매달리다가 결국 100여 년 만에 파산의 길을 걷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미래예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미래학의 창시자인 허만 칸(미국 허드슨 초대연구소장)을 자주 한국에 불러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아이디어를 얻곤 했다.

그런데 후기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앞으로 30년 뒤에 올 싱귤래리티(Singularity·특이성) 시대를 준비해야 할 상황이 됐다. 싱귤래리티는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을 이른다. 레멜슨 MIT상을 수상한 레이 커즈와일 박사(구글 엔지니어링 이사)는 “2045년쯤 싱귤래리티 시대가 와서 기계와 사람이 융합하며, 기술발전은 극으로 치달아 사실상 예측이 불가능할 상황이 온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현재 이미 나온 기술들이 보편화되는 상황을 예측해본다면 많은 기술이 인류에 보탬이 되고 사람들은 그 기술을 즐기게 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의·식·주 중에서 의복은 이제 대부분 3D프린터로 프린트해서 입게 된다. ‘나노복’은 셀프 클리닝이 되면서 한번 입으면 수개월씩 갈아입지 않아도 된다. 3D프린터는 4D프린터로 변형되면서 신경망, 즉 센서나 칩을 넣어서 신체의 온도·열·분위기에 따라 옷의 형태마저도 바뀌는 옷을 프린트할 수 있게 된다. 옷은 제조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보디 스캐너로 몸을 재어서 자신의 몸에 딱 맞는 옷은 물론, 수시로 색상이나 형태가 변하는 옷을 프린트해서 입게 된다.

음식도 이젠 3D프린터로 프린트해서 먹을지도 모른다. 음식물 카트리지를 각 가정에 배달하여 원하는 음식을 프린트해서 먹는다. 요리사나 조리사가 필요없고, 음식을 조리하면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요리 중 버리는 것이 생기지도 않는 세상이 온다. 음식물쓰레기가 극적으로 줄게되면서 환경오염이나 기후변화에도 도움을 준다. 죽이나 소일런트(Soylent·간이식품)처럼 인간에게 필요한 온갖 영양소를 정확하게 계량해 만든 미숫가루나 요구르트·푸딩처럼 만들어서 먹는다. 세 끼 중 한 끼는 영양제 알약을 먹을 수도 있다. 3D프린터를 설치한 음식점은 분위기를 맞춰주면서 파티를 하도록 하거나, 정원에서 생일파티나 가족모임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채소는 아쿠아포닉스, 즉 수직농장이나 베란다농장 등으로 실내에서 키워서 따 먹는다.

집은 3D프린터로 24시간 내에 66.12㎡(20여평)의 집을 프린트해서 자주 옮겨다니는 ‘노마드 삶의 시대’가 된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를, 국가를 옮겨다니기 때문에 한 곳에 고정해서 살 수 없다. 그러므로 집을 소유하지 않고 렌트를 하거나 땅을 빌려서 원하는 집을 프린트해 사용한다. 또 트리하우스 등 나무 위의 집에서 살거나 나노텐트에서 거주한다. 이동식 하우스나 이동식 차량 트레일러를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도시와 농촌의 개념이 사라지고, 도심의 인구는 좋은 물과 공기, 힐링을 찾아서 준(準)도시나 교통이 좋은 시골에서 산다. 또 많은 사람이 자신이 쓸 전기를 스스로 만들어서 사용하게 된다. 주로 트레일러 위에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장치를 설치해 전기를 얻으며, 가정용 전기 저장기를 갖추고 언제든지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자료 제공=박영숙 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
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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