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사춘기 정신건강

  • 임호
  • |
  • 입력 2015-02-03 08:01  |  수정 2015-02-03 08:03  |  발행일 2015-02-03 제21면
이유없이 슬프고 화나고…빨라진 ‘반항의 시기’
현대사회에선 성적인 의미보다
갈등·반항의 시기로 바라봐야
자녀 자율성 존중하고 격려를
20150203
대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태영 교수

“얼마나 말을 듣지 않는지…. 짧은 순간이었지만 아이를 집 밖으로 내던지고 싶은 충동까지 느낀 적이 있어요.” “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 아이가 벌써 사춘기인가 봐요. 요즘 말을 너무 안 들어 미칠 것 같아요.”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한다.

과연 사춘기가 무엇이기에 부모들이 저렇게 힘들어하는 걸까.

초경연령 100년전보다 2년 빨라져
영양상태·호르몬 제제 등 영향
신체·정신 불균형 갈수록 심해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인식
폭주·음주 등 일탈 원인되기도

현대사회에선 성적인 의미보다
갈등·반항의 시기로 바라봐야
자녀 자율성 존중하고 격려를

◆죽도록 미운 사춘기

이에 대해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태영 교수는 “사춘기의 사전적 의미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성인이 되는 시기를 말한다”며 “이때는 단순히 자녀들이 말을 안 듣는 시기가 아니라 몸과 마음 모두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로, 뚜렷한 호르몬 변화가 더불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성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해 2차 성징이 나타나고, 생식 기능이 완성되기 시작하는 시기로 이성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춘정(春情)을 느끼게 되는 시기다. 청년 초기로 보통 15~20세를 말하는데, 이 때부터 이성에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사회가 발달하면서 사춘기 청소년은 경제적 생활에 성공적으로 참가하기 위해 여러 해 동안의 교육을 받는다. 또 직업 생활에 필수적인 지식의 복잡한 체제를 완전히 배우는 동안 성적 쾌락을 연기하도록 요구되어 왔다. 젊은이들은 장기간의 교육을 위해 부모에게 오랜 기간 의존하면서 성적 에너지는 부모와의 관계에 대한 독립을 요구하는 모습으로 전환·표출됐다.

최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사춘기는 성적인 의미보다는 갈등과 반항의 시기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사춘기 청소년들도 주체할 수 없는 감정기복에 부모만큼이나 힘들어 한다.

한 고교생은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한다. 어느 날부턴가 한번 화가 나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그냥 쭉 화가 난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된다.

또 다른 아이는 밤새 부모님을 졸라 오디션 프로에 참여했지만 막상 출전은 하기 싫어 집으로 돌아왔다. 이 학생은 “특별한 이유 없이 슬프면서도 화가 나서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고, 너무 당황스럽다”고 허탈해 했다.

사춘기는 누구나 겪는 것일까? 미국의 심리학자였던 스탠리 홀은 청소년기의 불안정성이 주로 억압된 성 충동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모든 청소년이 한결같이 감정적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또한 청소년의 정신장애 발병률은 성인기와 유사하다.

◆부모 역할 중요

사회적 분위기도 청소년들의 행복감을 낮추고 있다. 2014년 한국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74점이었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는 것이다.

최 교수는 “현대 사회로 오면서 사춘기가 일러지고 있는 추세다. 100년 전에 비해 여자 아이는 2년쯤 앞서 사춘기에 접어든다”며 “100년 전 여자 아이들의 평균 초경 연령은 15세였으나, 지금은 13세로 낮아졌다. 이는 영양상태, 식품첨가물, 목축업에 사용하는 호르몬 제제 등의 영향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사춘기 연령이 낮아짐으로써 머리와 몸 사이에 일종의 ‘단절’ 현상을 겪게 된다. 정신적 발달이 육체적 발달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 같은 불균형이 심해질수록 부모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청소년들은 자신이 특별하고 독특한 존재이므로 자신의 감정이나 경험 세계는 다른 사람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믿는 자아 중심적 사고를 가진다.

자신의 우정, 사랑 등은 다른 사람은 결코 경험하지 못하는 것으로 믿으며 다른 사람이 경험하는 죽음, 위험, 위기가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않으며 혹시 일어나더라도 피해를 입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는 폭주, 음주, 성 문란 등의 파괴적인 행동을 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자신은 특별한 존재이므로 이러한 행동이 가져다 줄 부정적인 결과는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해당되는 몫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또 청소년은 자신이 타인의 집중적인 관심과 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믿는 ‘상상적 청중’이라는 자아중심성의 형태를 보인다.


최 교수는 “상상적 청중을 즐겁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며, 타인이 눈치 채지 못하는 작은 실수로 고민하게 되며, 상상적 청중에 대해 자신의 위신이 손상된다고 생각되면 작은 비난에도 심한 분노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청소년기에는 자율성에 대한 욕구에서 행동이 유발되므로 10대 자녀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격려하는 한편,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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