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영의 포토 바이킹 .4] 산으로 가는 자전거: 대구 앞산통신대∼가창댐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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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2-13   |  발행일 2015-02-13 제40면   |  수정 2015-02-13
급경사·돌부리와 바위 사이 끌다가 타다가…까칠한 길이 주는 스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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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가 오는 날을 무릅쓰고 산으로 달린 자출사 대경모임의 평일 번개 라이딩은 봄맞이 산천제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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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출사 대경모임 회원들이 신나게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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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가 산과 만나는 풍경. 산성산부터 가창댐까지의 다운힐 중턱. 안전거리 유지를 위해 멈춰섰다.

한티재~비로봉 구간을 함께 달릴 길벗을 구했으나 2월초 불어닥친 추위로 인해 여의치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자출사’(cafe.naver.com/bikecity) 대경방 평일 번개모임의 앞산통신대~가창댐 라이딩 대열에 합류하기로 코스를 변경했다.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일을 하다 잠시 조는 바람에 혼쭐이 났다. 출발 시간에 맞춰 약속장소에 가기 위해 상동교 방향으로 부리나케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는 평지길에서도 경사도를 재서 가르쳐 준다. 상동교로 가는 길은 오르막길이 그러하듯 속도를 내면 언제나 숨차게 다가온다.

앞산통신대 입구는 자출사 모임공지와 후기 게시판에서 너무나 자주 본 이름이라 가본 곳인 줄 알았다. 가보지 않고 머리 속에 입력된 약속장소를 향해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앞산순환도로 고가도로 대신 앞산관통터널 고가도로로 잘못 들었다. 법왕사 근처 공중의자에 앉아 있는 노인들께 통신대 가는 길을 여쭸더니 장암사 방향으로 쭉 가라고 안내해줬다. 가르쳐 준 길을 가려는데 번짱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어디입니까?” “법왕사 옆 장애인복지회관 앞입니다.” “에구구, 잘못 가셨네요.” 잘못 입력된 지식은 실수를 하고서야 바로잡히느니!

옛 사람들은 뛰어난 방위감각을 가졌던 것 같다. 그 이유는 오늘날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지형지물들이 복잡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신라인은 눈으로 혜성을 관측할 정도로 시력이 좋았다고 한다. 시력이 요즘 사람보다 열배 밝은 20이었다고 하니 인간 시력의 퇴화를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자기계, 첨단장비에 의존한 삶을 발달이라고 받아들이고 살면서 현대인의 감각은 퇴화되고 기능까지 상실해 가고 있는지 모른다. 길 눈 밝은 몇몇을 빼면 우리 모두는 내비게이션 없이는 길치로 전락한다. 자연으로 돌아가자! 산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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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MTB는 익스트림 스포츠다. 라이딩을 진두지휘한 자출사 대경모임 회장의 다운힐 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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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전거를 보라. 가창댐으로 다운힐 중 점프 연습을 하는 장면.

앞산은 대구의 어머니산이라 불린다. 대구 남구문화원이 펴낸 ‘대구의 앞산’(2002)이라는 책에서는, “앞산이란 이름은 앞마당이나 뒤뜰과 같이 대구사람들에게 가장 친밀한 생활공간으로 여겨지는 이름(앞산)으로 불리다 어느날 고유명사가 된 것으로 여겨진다”고 했다. 앞산은 일제의 식민통치 시기 지형도에서 ‘전산(前山)’으로 표기됐다는 점에서 손을 봐야 할 땅이름이다. 오늘 우리는 대구의 앞산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경상감영공원 기준으로 남쪽에 있는 용두산, 산성산, 대덕산, 성불산(앞산), 청룡산 등 모든 산(비슬산까지)을 총칭함이 타당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렇게 되면 대구의 주산은 자연스럽게 팔공산으로 정리가 될 것이다.

앞산 통신대입구~산성산 정상~가창댐 구간은 산길이 까칠한 맛에 대구 산악자전거족들이 즐겨 찾는 코스다. 이 코스를 졸업하면 대학졸업장을 받는 셈이라고 했다. 앞산통신대 입구는 상동교 쪽에서 앞산순환도로 방향으로 1㎞쯤 올라가면 앞산고가교 터널 진입하기 전 오른쪽 대덕맨션 앞으로 샛길이 나온다. 대덕맨션 건너 앞산공원이 있는 구길 입구, 시멘트 포장 언덕길 올라가는 왼쪽 편에 ‘무선통신지표소’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출입제한 안내판이 달린 차단기를 쳐놓은 거기가 이른바 앞산통신대-갓댐 업힐 시작 지점이다. 출입제한 안내판 보고 들어가도 되는 곳은 흔치 않은데 등산객과 자전거족은 된다.


대구 산악자전거족 즐겨찾는 코스
‘철벅지’고수도 힘겹게 오르는 길
통신대까지 크게 3번 회전해야
팔공산·대구타워·수성못 등이
그때마다 다른 풍광으로 다가와

가창댐으로 내려오면
주암산·최정산·비슬산·청룡산
순서대로 늘어서
물과 산이 어우러진 장관 연출

차도 등산객도 없는 산길에서
미끄러지고 자빠져도 다치는 이 없어


허가받지 않은 일반 차량의 진입이 불허된 곳은 최고의 자전거길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굴러도 차량 접촉사고에 비하면 경미하다.

대구MTB 마니아들이 라이딩 후기를 곧잘 올리는 앞산 통신대길은 예상했던 것보다 가팔랐다. 그 길은 마치 몸 상태를 검진하는 진단기 같았다. 체력을 유지하기에 자전거만으론 부족한 모양이다. 자전거를 탄다고 건강한 몸일 수만은 없다. 좋아하면 아파도 한다. 출발선부터 28% 경사도. 헉!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철벅지를 자랑하는 MTB 고수가 자전거를 끌고 올라간다고 하니 자전거에 올라탈 엄두가 나질 않았다. ‘끌바’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며 가니 숨이 찼다.

앞산의 경사도는 20~30도 구간의 면적이 약 37.3%, 30~40도 구간은 36.7%, 40~50도 구간은 5.1%, 10도 미만 구간은 3.7%, 50~60도 구간은 0.1%의 면적을 차지한다.(이혜영, 2009) 산성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4.1㎞ 거리에 경사도 20% 이상 업힐 구간이 6~7군데 이상 된다. 바이커들은 이 길을 20분 미만에 주파하면 괴물이고 30분 미만이면 짐승이라고 농을 한다. 보통의 인간은 40~50분 만에 도달할 수 있는 코스다.

고산골 꼭대기 산성산 정상의 통신대로 올라가는 길은 크게 3번의 회전(코너링)을 해야 도착한다. 1포스트, 2포스트, 3포스트로 3분되는 이곳엔 굽이굽이 다른 풍광을 준비해 놓고 입산객을 맞이한다. 1굽이에서는 팔공산을, 2포스트에서는 대구타워, 3포스트에서는 수성못과 월드컵경기장이 눈에 들어왔다.

앞산공원의 식생은 정상 부근에는 가침박달군락이 우점하고 있으며, 산림유전자원 보호림 희귀식물자생지로 별도관리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주의를 요한다. 생태자연도에 있어 정상 부근이 1등급으로 분류되며 대부분의 지역은 2등급의 생태자연도를 보유하고 있는데, 느티나무, 버즘나무, 화양목, 산개구리, 때죽나무, 찔레나무, 대나무, 단풍나무가 관찰되며, 각시붓꽃, 제비꽃, 애기똥풀, 조릿대, 겹벚꽃 등이 철따라 피고 진다.

앞산 용두골에서 산성산을 오르는 등산로 중간부 계곡 건너편에서 때죽나무 가지가 결합한 이색적인 연리지가 산다는데, 초행길이라 서툴러서 찾을 겨를을 갖지 못했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산성산에 산성이 없다는 점이었다. 대구시민의 뜻모아 마음모아 비보산성을 따로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남구문화원에서는 앞산 12경으로, “앞산공원 진입로 벚꽃 길, 달비재 억새능선, 대덕산 정상에서 보는 낙동강 낙조, 비파산에서 보는 대구전경, 원기사의 여름계곡, 큰골 계곡, 앞산 주봉에 이르는 바위능선, 용두골 능선에서 보는 가창호, 청룡산 능선에서 보는 비슬산, 청룡산 삼필봉에서 보는 대덕산의 웅자, 안일사 옆 미타바위, 산성산의 잣나무 숲을 들고 있는데, 용두골 능선에서 보는 가창호, 산성산의 잣나무 숲을 볼 수 있다. 올 한해 팔공산과 더불어 앞산 비경을 줄기차게 즐겨볼 생각이다. 자전거가 강으로 가지 않고 산으로 오르는 까닭을 우리 숨결의 국토는 잘 알고 있으리.

발바닥이 다 닳아 새 살이 돋도록 우리는 우리의 땅을 밟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숨결이 다 타올라 새 숨결이 열리도록 우리는 우리의 하늘 밑을 서성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버려진 땅에 돋아난 풀잎 하나에서부터 조용히 발버둥치는 돌멩이 하나에까지 이름도 없이 빈 벌판 빈 하늘에 뿌려진 저 혼에까지 저 숨결에까지 닿도록 우리는 우리의 삶을 불 지필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숨결을 보탤 일이다… -조태일, 국토서시(國土序詩)

앞산통신대 정상에서 단체촬영을 하고 난 뒤 커피타임 및 휴식을 마치고 가창댐 방향으로 다운힐을 했다. 산성산에서 가창면 사무소 로 다운힐 하는 멋진 장면을 포착할 수 있는 포토존이 군데군데 있었다. 가창댐 뒤로 주암산, 최정산, 비슬산, 청룡산이 순서대로 보였다. 가창댐 물과 주변 산이 어울려 장관을 이뤘다. 황사 온 날인 데도 말이다.

다운힐 구간은 돌부리와 작은 바위들이 많아 싱글자전거 마니아들에게 각광받을 만해 보였다. 출렁거리는 내 무거운 카메라는 중간중간 내려 자전거를 끌고 가게 했다. 억지로 타면 다친다. 안전이 최고의 라이딩이기에 익숙해질 때까진 아장아장 타도 괜찮다. 끌다가 타다가 하길 반복하면서 까칠한 길이 주는 스릴과 함께 한 자전거 하강식은 20여분 만에 끝날 코스였다. 등산객의 발길이 미치지 않는 이곳에서 미끄러지고 자빠져도 다치는 사람은 없었다. 자동차가 지나가지 않는, 자연이 선물한, 포장하지 않아서 아름다운 자전거길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대구의 아름다움을 찾아나선 포토바이킹 앞산통신대~산성산~가창댐으로 업다운힐 구간에 입학했음을 신고한다. 연중캠페인처럼 타보고 싶은 매력이 철철 솟구친 길이었다.

인물 갤러리 ‘이끔빛’ 대표 newspd@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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