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정회원? 70세 넘어야죠”

  •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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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09 07:40  |  수정 2015-04-09 07:40  |  발행일 2015-04-09 제9면
8년째 활동중인 ‘대구골드 70’
일주일에 4번 훈련 노익장 과시
대통령기 대회서 우승 등 명성
60대 준회원은 ‘볼보이’ 역할
“축구 정회원? 70세 넘어야죠”
8일 대구시 동구 율하동 박주영구장에서 시니어축구팀인 ‘대구골드 70팀’이 오는 5월 열리는 ‘대통령배 축구 한마당’에서 우승을 기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8일 오전 10시 대구시 동구 율하동에 위치한 박주영구장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축구를 즐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순간 공이 골대를 넘어가자 큰소리의 외침이 들렸다. “권 국장, 김 국장! 빨리 공 좀 주워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 명의 남성이 서둘러 공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공을 주워온 이는 김용규씨(61)와 권영보씨(65). 이들은 과거 대구 동구청에서 국장을 지낸 퇴직 공무원이다. 더욱이 이들은 나이가 적은 탓에 팀의 정식회원이 아닌 준회원이다.

40년간 꾸준하게 축구를 했다는 김씨는 “과거 구청에서 국장으로 많은 직원을 뒀지만, 지금은 팀에서 막내라 궂은 일을 자처해 하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권씨 역시 “아직 70대가 아니기에 정회원이 아니라 준회원이다. 앞으로 5년을 더 기다려야 정식 회원이 될 수 있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날 경기를 펼친 팀은 일흔 넘은 선수들이 주류를 이루는 ‘대구골드 70’이다. 대구에는 대구골드 70팀 이외에도 운동장에서 노익장을 과시하며 축구 경기를 뛰는 시니어 축구단이 3팀 더 활동하고 있다. 특히 대구골드 70팀은 대구 최초의 시니어 팀이다. 2007년 창설돼 8년째 활동중이다. 팀의 역사만큼 실력도 명문이다. 창단 이듬해인 2008년 대통령기 전국 시니어 축구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2014년 대통령기 축구 한마당 준우승까지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이 같은 성과는 젊은이 못지않은 훈련량 덕분이란다. 이들은 일주일에 네 번씩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 번은 동구 여자축구단과 정식 경기를 펼친다. 동구 여자축구단은 2014년 전국 국민 생활 대축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강호다. 이날 시합도 동구 여자축구단과의 정식 경기였다.

특히 이날 경기 뒤 운동장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바로 대구골드 70팀의 최고령인 박형배씨(80)의 팔순잔치였다. 대구 동구생활체육회와 동구 여자축구팀 등 50여명이 함께 ‘깜짝 잔치’를 준비한 것. 박씨도 이날 시합에서 전반 20분을 뛰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박씨는 “축구팀에서 꾸준하게 축구를 했다. 젊은이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동연 동구생활체육회장은 “미수(米壽)를 넘어 백수(白壽)축구단을 만드는 게 꿈인데, 대구골드 70팀이 국내 첫 백수축구단으로 등극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했다.

대구골드 70팀은 오는 5월25일 청주에서 열리는 2015 대통령배 축구 한마당에 참가한다. 올해 목표는 우승이다. 지난해 준우승의 한(恨)을 풀 계획이다.

윤득호 골드 70팀 감독(77)은 “창단 초기에는 70대 축구인을 찾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인원도 늘고 체계적 훈련 시스템 덕분에 선수 실력이 향상됐다”며 “이번 대통령배 대회에서 우승컵을 가져오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글·사진=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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