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이슈분석] ‘진영외교’ 극복 ‘자주·실리외교’ 첫발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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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05   |  발행일 2015-09-05 제1면   |  수정 2015-09-05
동북아 新질서…박근혜의 대외전략은
20150905
상하이 臨政 둘러보는 朴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재개관식에서 백범 김구 선생의 집무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주도적 외교로 스펙트럼 확장
‘샌드위치’ 벗어날 자신감 얻어

‘中영향권 진입’이란 의구심은
내달 韓美정상회담서 해소를

日엔 대화하며 잘못 지적하고
中엔 北압박 강화 기대 말아야


박근혜 대통령이 2박3일간의 방중 일정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전향적이고도 자주적인 외교행보의 첫발을 내디뎠다. 한·중관계가 긴밀해진 반면, 혈맹이었던 북·중관계가 소원해지고, 미·일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등 요동치는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 속에서 전통적 ‘진영외교’에서 탈피, 경제·안보에서 실리 외교를 펼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과제는 한·중이 합의한 부분을 가지고 한국과 중국이 어떻게 미국을 설득시키느냐다. 당장 다음 달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오해와 불안을 씻어내는 문제가 최대 외교과제로 다가왔다. 악화된 한·일관계를 개선하는 문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그동안 한국은 정확한 입장이나 국가 목표를 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압박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의 전승절 및 열병식 참석이라는 우리 입장을 먼저 표명하고 미·중과 서로 이해관계의 차이를 협상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은 파격적인 환대로 보답했다. 지난 2일 박 대통령의 베이징 도착과 동시에 중국 공식 서열 1·2위인 시진핑 국가주석, 리커창 총리와의 연쇄회담이 진행됐으며 시 주석은 특별 단독 오찬 자리도 마련했다. 중국이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한국을 각별히 대접한 것은 한 단계 더 발전한 한·중 양국관계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상 대륙세력과 해양세력과의 관계가 모두 중요하다. 미국과 중국 모두와 잘 지내야 한다는 것은 시대적 요구인데 이번에 한·미동맹에 얽매여 있던 한국 외교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전승절 참석을 계기로) 동북아 지역에서 우리가 외교를 주도하는 방향으로 기본 기조를 바꿨다고 할 수 있다. 이 기조로 계속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샌드위치’가 될 수 있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북한의 대남 도발 억제라는 측면에서는 흔들림 없는 한·미동맹도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미국과 일본에서 내심 한국이 중국 영향권 속에 끌려간다는 걱정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장 10월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서 북한·북핵 문제를 중국에 의존해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풀어내겠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중의 협력이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일본에 대해서도 너무 원리주의적인 원칙에 입각하기보다 실리적으로 회담은 하면서 잘못된 행태는 계속 지적해 나가는 외교를 해야 한다는 것. 통일연구원장을 지낸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지 않고선 북한·북핵 문제에 있어 실질적 진전을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중 협력이 남북간 대화를 더 증진하는 역할을 하도록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북한에도 알려야 한다. 중국이 우리 편이 돼 북한을 압박한다는 식으로 가서는 곤란하다. 국내 외교 전문가들은 “가까워진 한·중관계를 바탕으로 중국에 한층 강화된 대북 압박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 기대는 삼가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주문했다.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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