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김문수 후보가 선출된 가운데 한동훈 후보가 승복 연설을 하기 위해 무대로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자신의 첫 대선 도전의 '마지막 순간'에서 고배를 마셨다. 한 전 대표는 비록 대선 본선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이번 대선 경선에서 정치적 재기를 위한 '의미있는 행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전 대표는 지난 3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문수 후보에게 패한 뒤 승복 연설을 통해 “당원들과 국민의 결정에 승복한다. 맑은 날도 비오는 날도 국민과 당원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한 전 대표가 '불리한 구도'를 어느 정도 극복한 선거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그는 분명 경선 초반 '열세'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이번 대선 경선이 '찬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과 '반탄'(탄핵 반대)로 구도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반탄'의 대표 주자인 김 후보가 최종 선출된 것은, 당내 강성 지지층의 표심이 김 후보에 결집했다는 분석이다. 즉 한 전 대표는 이같이 불리한 상황에서 경선을 시작했지만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누르고 최종 결선까지 오르며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최종 경선 결과도 당원 선거인단 투표는 38.75%로 김 후보에 뒤졌지만 여론조사는 48.19%(환산 19만3천955표)를 얻으며 유사한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불리한 구도 속에서 40%에 가까운 득표는 분명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에 정치권은 한 전 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 대립하며 쌓여온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을 어느 정도 희석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계엄 이후 와해됐다는 지적이 나왔던 '친한(친한동훈)계'가 다시 세를 규합하며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도, 한 전 대표 입장에선 차기 행보에 나설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한 전 대표가 후보가 됐다면 계엄의 바다를 완전히 건넜겠지만, 이 정도의 저력을 보여준 것만도 분명 의미 있는 행보"라며 “정치생명이 끝났다고도 평가받던 한 전 대표가 정치인으로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의원도 “한 전 대표는 정치적으로 보면 아직 신인"이라며 “친윤계와 찬탄의 공세에 최종 2인에 오른 것만 해도 한 전 대표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을 보내고 있다. '젊은 이미지'로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평가받았던 만큼 향후 대선 정국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보수 진영에서 흔치 않은 온라인 팬클럽 카페 '위드후니'를 비롯한 '팬덤'을 보유한 만큼 빠르게 정치에 복귀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차기 전당대회 또는 향후 재보궐 발생 시 출마로 '원내 진입' 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한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엔 “앞으로도 대한민국이 더욱 위대하고 아름다운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우리 국민의힘이 진정한 국민의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다만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 캠프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 측은 경선 탈락 후보들을 선대위원장으로 위촉하겠다고 했지만 한 후보 측은 “사전 논의가 없었다"고 반발했다.
실제로 한 전 대표는 4일 열린 첫 선대위 회의에도 불참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김 후보께서 (한 전 대표와) 직접 통화를 했는데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당장 김 후보와 한덕수 전 총리 간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한 전 후보의 존재감은 중재자 또는 전략적 지원세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