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독인 80% “통일 대체로 만족”…그러나 마음의 벽은 여전

  • 입력 2015-10-08 00:00  |  수정 2015-10-08
‘현대사의 기적’ 통독 25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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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9월12일 통일 당사국인 2개국(서독과 동독)과 4개국(미국·소련·프랑스·영국) 대표가 독일통일 조약에 사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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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시내 한 호텔 벽면에 ‘우리는 한 민족이다’라는 문구가 쓰여진 그림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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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독인 45% “동독인들 불만 가득”

동독인 3명 중 1명 ‘심리적 장벽’
“통일은 동독의 식민지화 다름없다”

  전문가 “4반세기 지나도 격차 존재
  동·서독 평등한 삶 누리는 건 환상”

‘현대사의 기적’으로 불리는 1989년 11월 9일 베를린장벽 붕괴에 이은 독일 통일은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면서 전후 독일을 유럽의 중심국으로 자리잡게 했다. 독일은 한때 통일 후유증으로 고통받았지만, 하나 됨의 저력을 토대로 유럽 최대경제국이자 리더십 국가로 성장했다. 옛 동·서독 지역 간 경제 격차와 마음의 장벽은 여전하지만 통일은 그보다 훨씬 큰 분단 비용을 줄이고 통합의 무한 잠재력을 독일인들에게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통일 25주년을 맞아 구동독과 구서독 주민들의 통일 이후의 인식과 두 지역의 경제력 격차 등에 대해 알아본다.

“SIND WIR EIN VOLK?(우리는 한 민족(국민)인가?)"

분단 시절 동독인들은 공산 독재정부에 저항하면서 “우리가 인민이다"를 외치다가 베를린장벽이 붕괴하고 나서는 “우리는 한 민족이다"라는 구호를 앞세워 통일로 나아갔다. 지난해, 1989년 11월9일의 베를린장벽 붕괴 25주년을 기념하며 독일 출판 시장에 나온 단행본 책자가 바로 그 평서문을 의문문으로 바꾸어 동·서독의 격차를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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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알렌스바흐여론조사연구소의 동서독 인식 격차 조사를 실었다. 동독인(Ossi·오씨) 42%는 스스로 ‘2등 시민’이라고 느낀다고 했다. 또 서독인(Wessi·베씨) 45%는 동독인들이 항상 불만에 차 있다고 말했다. 동독인 79%는 서독인들은 거만하고 돈만 밝힌다고 진술했다. 심지어 3분의 1은 통일을 동독의 식민지화로 여겼다.

독일 통일 25주년에 이른 올해 역시도, 동·서독의 균형발전과 격차 이슈는 내내 동어 반복일 수밖에 없다. 통일 그 자체는 성공의 역사이고 독일인들을 대체로 만족하게 하고 있다는 게 총론이다.

동·서독 출신의 의식 현황을 시사하는 연방정부 주관 설문조사에서 동독 주민 76%, 서독 주민 83%가 각각 지난 25년 동안 통일이 사회 전반에 걸쳐 만족스러운 결과가 가져다 줬다고 평가했다.

덧붙여 구동독의 동반성장이나 균형발전은 크게 진보했지만 미흡하며, 무엇보다 정신과 마음의 벽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요약이다. ‘우리 한 민족인 거 정말 맞아?’라는 도발적 질문이 끊이지 않는 것은 아직도 심리적 장벽이 동·서독인을 가로막는 현주소를 대변한다.

통일은 애초 큰 대가를 치르는 과업이었다. 통독 직전 해인 1989년 기준으로 동·서독 전체 인구는 7천868만명이었지만 동독은 서독 인구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서독의 30% 수준이었고, 산업구조도 3차 산업 중심인 서독과 달리 1·2차 산업이 주류였다.

동독 경제 수준과 삶의 질을 끌어올리려면 천문학적인 재건 비용이 필요했다. 통일 이후 6년간 공공부문에만 1조 1천700억마르크(640조원)가 투자됐다. 지금껏 동독 지역에 투입한 돈이 2조유로(2천689조원)에 달한다는 추산이 있다.

결과는 그래도 성공적이었다. 구동독 GDP는 구서독의 75% 안팎으로 상승했고, 물가 수준을 고려한 실질구매력과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따지면 최대 80∼90% 가량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1995년 즈음 달성된 그 수준이 이후 20년 동안 별반 진폭 없이 정체되고 있는 데 있다.

Ifo 경제연구소의 요아힘 라크니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통독 25주년 기념 발표문에서 “미래의 사반세기가 흘러도 격차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과거 동·서독 지역이 모두 평등한 삶의 수준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이라고 단언했다.

라크니츠의 진단 근거는 단순하고도 명쾌하다. 구동독을 일컫는 신(新)연방주에는 구연방주와 달리 생산성 높은 대기업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애초 펀더멘털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인위적 재건을 통해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그런 갭은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에도 있는 지역 간 격차로 보는 게 맞다는 주장으로도 읽힌다.

그는 물론 구동독의 모범적인 발전도시로 꼽히는 드레스덴, 라이프치히, 예나, 그리고 수도 베를린은 전망이 밝다고 말해 다른 신연방주 도시들과 이들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 점에서 경제력 차이도 중요하지만 정작 관심을 두고 해결해야 할 난제는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난민 유입에 맞물려 반이민 정서가 상대적으로 많이 표출되는 곳도, 과거 사회주의 향수와 닿아 있는 좌파당 지지 색채가 강한 곳도 구동독이다.

독일은 구동독을 지원하려고 1991년부터 소득세나 법인세에 추가로 붙는 연대세(稅)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7.5% 세율의 연대세는 1년 만에 폐지됐다가 1995년 재도입된 이후 1997년부턴 5.5%로 낮아진 채 적어도 2019년까지 유지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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