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은 자급자족 친환경 첨단산업…3㎡ 텃밭 3개만 있어도 가능”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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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22   |  발행일 2016-04-22 제34면   |  수정 2016-04-22
■ 커버스토리-텃밭 가꾸는 ‘도시농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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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명덕초등학교 학생들이 각자의 상자 텃밭에 씨앗을 심고 있다. <명덕초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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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교육콘텐츠업체인 <주>희망토의 강영수(왼쪽)·서종효 이장이 경북대 생명과학대 앞 텃밭 ‘희망토 마을’에서 감자 모종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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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녹색소비자연대가 운영 중인 팔공산 미곡동 ‘에코농장 논학교’에서 참가자들이 모내기 체험을 하고 있다. <대구녹소연 제공>

옥상이나 공터 같은 도심 속 자투리 공간에 농작물을 키우는 도시농부가 부쩍 늘고 있다.

도시 근교에서 주로 만들어지던 텃밭이 도심 곳곳으로 들어온 것. 장소의 개념이 사라진 도시농업은 문화, 오락, 생활 등과 만나면서 교육이나 도시재생 등의 목적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으며 생산과 유통, 소비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넓어지고 있다.

도시농업의 이점은 크다. 건강한 먹거리 제공은 물론이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고 대기정화, 빗물의 순환, 온난화 방지 등의 효과가 있다. 도시환경을 개선하는 효과, 이웃과의 화합이나 나누는 즐거움도 있다. 스마트 농기구, 농부 패션, 상자텃밭, LED 조명, 수직 정원 등 연관 시설의 동반성장까지 가능하다.

건물 옥상·공터 자투리땅의 변신
정서안정·대기정화·이웃소통 등
단순한 농산물 생산 이상의 의미

‘농사가 교육’ 콘텐츠업체 희망토
강영수·서종효 대표 IT접목 앞장
가드닝·먹거리·생태교육 등 활발

대구명덕초등 교내 1320여㎡ 텃밭
5년째 교실 탈피 五感톡톡 배움터
녹소연, 도시농업공동체운동 주목

◆교실 벗어난 텃밭 프로젝트 교육

명덕초등학교(교장 황재수)는 2012년 학교 내 유휴지를 텃밭으로 만들었다. 교실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 인성과 감성을 강조하는 교육을 실천한다는 취지에서다.

1천320여㎡(400여평)의 학교 텃밭에서 명덕초등 학생들은 농사를 짓는다. 텃밭의 일부는 학생 가족과 동네 주민에게도 분양된다. 학생 각자 기르는 개인 상자 텃밭도 있다.

텃밭에서는 ‘행복학교 프로젝트’라는 주제 수업이 이뤄진다. 특별활동시간이나 방과후 시간이 아닌 국어, 과학, 실과, 미술 등의 정규 수업을 텃밭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텃밭식물이라는 주제로 과학시간에는 식물의 구조와 배추 흰나비의 한살이를 관찰하고, 미술시간에는 식물의 잎을 관찰하여 다양하게 표현하는 그림도 그린다. 친환경 농법의 경험을 토대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주제로 글을 쓰는 수업이 국어시간에 이뤄지기도 한다. 생활길라잡이라는 워크북도 마련했다. 1년간 꾸준히 이뤄진 텃밭 수업 활동과 관찰 기록이 그대로 담긴다. 이 같은 다양한 수업 결과물은 프로젝트 산출물로 전시도 된다.

수업이 진행되는 1년 동안 아이들은 많이 변한다. 교실에서 교과서만 바라보던 아이들은 화단에 조성된 텃밭에서 햇볕을 쐬며 식물을 심고 직접 가꾼다. 물을 주고 보살필 때 자라나는 식물을 보며 자연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편식을 하던 아이들이 채소를 더 잘 먹게 된 것도 주요 성과다.

‘삼겹살데이’엔 전교생이 급식실에서 삼겹살을 구워 직접 기른 상추와 함께 먹고, ‘수육데이’ 때는 텃밭에서 자란 배추를 수육과 곁들여 먹는다. 학교에서 기른 상추와 배추, 감자 등을 집에 가져가 음식을 만들어 먹는 ‘가족 사랑의 날’도 만들었다. 올해는 텃밭에서 기른 배추로 아이들이 직접 김장을 담가 인근의 독거노인과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이 학교 학부모 이모씨는 “집에서 벌레만 보면 질색을 하던 아이가 텃밭에서 국어와 과학 등 수업을 듣고 난 뒤로는 식물에 붙어 있는 진딧물이며 달팽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직접 기른 텃밭 채소로 점심 시간에 쌈을 싸먹고 친구들에게 나눠줬다는 얘길 들으면 자연이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좋다”고 말했다.

황재수 교장은 “콘크리트 건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사는 도심 속 아이들이 학교에서만이라도 자연을 맘껏 체험하고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좋은 체험교육”이라면서 “학교 텃밭이라는 공간을 아이들이 직접 일구며 작은 농부가 되어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는 특별한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과 사람이 건강한, 지속 가능한 사회

<주>희망토는 ‘자연이 건강하고 사람이 건강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토로 가드닝, 생태, 먹거리가 복합적으로 설계된 농업교육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다.

스스로를 ‘이장’이라 부르는 강영수(37)·서종효(29) 두 대표는 경북대 희망토 동아리에서 인연을 맺었다.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 앞에 ‘희망토 마을’이라는 텃밭을 만들어 도시농업 동아리를 출범시킨 이들은 졸업 후 ‘농사가 교육’이라는 기본이념으로 2012년 농업 콘텐츠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희망토를 만들었다.

희망토는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가드닝과 먹거리 교육, 생태교육 등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텃밭교육프로그램을 통해 학교 안에서 농기구와 농사 용어를 익히며 농사에 대해 이해하는 한편 자연과 친근해지는 시간을 가진다. 또 직접 재배하고 수확한 채소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슬로푸드와 친환경 먹거리 등 바른 식생활을 접할 수 있다.

농촌 교육과 IT를 접목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희망토가 개발한 ‘농사일지 애플리케이션’과 ‘전자교재’는 사용자가 스마트기기를 통해 내려받은 이미지·영상 등을 활용, 텃밭의 현장감을 살려 교육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앱은 사진촬영·날씨·날짜 기입 기능 등이 탑재돼 실시간으로 농사일지 작성이 가능하며, 일지를 따로 모아 자신의 재배 기록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이외에도 한국의 미래 농업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글로벌 농업 인재를 양성하는 ‘진로농장’, 도시농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6차 산업으로서의 농업을 재조명하고 귀농·귀촌을 돕는 ‘유기농 비즈니스’ 등의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서 이장은 “자급자족 형태의 친환경 첨단산업이 바로 도시농업이다. 특히 도시농업은 3㎡ 정도의 텃밭 3개 정도만 있어도 가능하다”면서 “도시농업은 무슨 거창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언제든지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이장은 “희망토의 궁극적인 목표는 도시인들의 농업에 대한 인식 변화다. 도시인들이 직접 농사를 짓거나 텃밭을 가꾸면 자연스럽게 농사의 중요성과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다”며 “지역사회 곳곳에 도시농부와 텃밭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화학비료·무농약·무비닐의 3무 농법

대구 녹색소비자연대는 생태 텃밭 교실 ‘에코팜잉’을 운영하고 있다. 무화학비료, 무농약, 무비닐을 내세운 ‘3무농법’으로 도시에서 지속가능한 생태농사를 짓도록 지원한다.

구체적으로는 왕초보도시농부학교·생태텃밭강사 양성과정·생태도시농업 교육 등의 교육활동과 도시텃밭 만들기, 퇴비를 만들고 지렁이를 보급하는 생태순환운동, 옥상텃밭·한평텃밭·공동체 텃밭 등 도시농업 공동체 운동을 펼치고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 청소년시설 등에서 이뤄지는 생태텃밭교실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밭을 갈고 모종을 심고 천연농약과 퇴비를 만들어 뿌리고 배추벌레를 잡아가며 작물을 키운다. 콩 털기와 오이씨 받기, 무말랭이 만들기, 벼베기 등 흔치 않은 농사체험도 할 수 있다.

팔공산 미곡동에 마련된 3천300여㎡(1천여평)의 에코농장은 5~10평씩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분양된다. 에코농장 논학교에서는 볍씨소독과 못자리 만들기, 모내기 등을 체험하는 논농사도 이뤄진다. 매월 일반인을 대상으로 화분만들기, 화전만들기 등의 체험활동도 이뤄진다.

이동일 대구녹색소비자연대 도시와농촌팀 간사는 “2008년부터 시작한 도시농부학교를 통해 농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지속가능한 농법의 보급에 힘써왔다”면서 “텃밭교실을 통해 아이들은 바른인성과 사회성 식습관을 기를 수 있으며 새로운 여가문화로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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