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한국인 첫 맨부커상… “파괴될 수 없는 것 말하고파”

  • 최미애
  • |
  • 입력 2016-05-18 07:18  |  수정 2016-05-18 08:38  |  발행일 2016-05-18 제2면
‘채식주의자’로 노벨상 수상자 제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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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채식주의자’를 쓴 한강(오른쪽)이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을 받았다. 16일(현지시각) 밤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드알버트 뮤지엄에서 열린 공식 만찬 겸 시상식에서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와 수상트로피를 들고 서 있는 한강. EPA 연합뉴스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인 권위의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거머쥐었다.

맨부커상 선정위원회는 지난 16일(현지시각) 밤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드알버트 뮤지엄에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터키의 노벨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 중국 작가 옌렌커 등의 경쟁자를 제치고 선정됐다.

수상 직후 한강은 “책을 쓰는 것은 내게는 질문하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며 “때로는 고통스럽고 힘들기도 했지만 저는 여전히 계속 나아가고 있다. 이제는 아름다움과 빛과 같이 어떻게도 파괴될 수 없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 소설가 한강과 소설 ‘채식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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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오른쪽)과 아버지 한승원. 한승원은 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등을 펴낸 한국 문단의 거장이다. 연합뉴스

한강은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 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으로 등단했다. 문단 데뷔 이후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등과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등을 내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심사위원장 “꿈속에 남을 이야기”
한강 “쓰는 것은 답을 찾는 과정”
아버지·오빠·남편도 소설가 눈길

한국어 7년 공부한 20대 英 번역가
문학적 뉘앙스 잘 살려…일등 공신



한강은 아버지, 오빠, 남편 모두 소설가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버지 한승원은 ‘아제아제 바라아제’ ‘추사’ ‘다산의 삶’ 등을 펴낸 한국 문단의 거장이다. 남편은 김달진문학상, 유심문학상 등을 수상한 문학평론가 홍용희(경희사이버대 교수)다. 오빠 한동림도 등단한 소설가다. 아버지인 한승원과 한강 모두 국내 최고 소설문학상으로 꼽히는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의 3번째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는 욕망, 식물성, 죽음, 존재론 등 그간 그가 발표해온 작품에 등장한 주제가 집약된 결과물로 평가받는다. 2007년 발간된 이 작품은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등 3편의 소설로 구성됐다. 한 여자가 어린 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이 뇌리에 박히면서 육식을 멀리하고, 죽음에 가까워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맨부커상 심사위원장인 영국 인디펜던트 문학 선임 기자 보이드 턴킨은 “압축되고 정교한 충격적인 이 소설은 독자들의 마음속과 꿈속에서 오랫동안 남을 것”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 맨부커상 수상은 어떤 의미

맨부커상은 매년 영국 연방 국가에서 영어로 쓰여진 소설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해 주는 문학상이다. 1969년 출판과 독서 증진을 위한 독립기금인 북 트러스트의 후원을 받아 영국의 물류유통기업인 부커 그룹이 제정했다. 이 상은 노벨 문학상, 프랑스 공쿠르 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2002년부터는 금융기업인 맨 그룹이 후원하면서 맨부커상으로 명칭을 바꿨다.

맨부커상은 원래 영어로 쓴 영미 소설에 한정해 수상작을 선정했지만 다양한 언어·문화권의 작품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05년부터 인터내셔널 부문을 별도 신설했다.

이 때문에 ‘채식주의자’의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28)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번역된 우리 문학 작품은 우리말에 담긴 오묘한 의미와 표현을 그대로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는데, 이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평가다. 이를 반영해 작가와 번역가에게 공동으로 상을 수여한다.

스미스는 21세때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한강의 ‘채식주의자’의 앞부분 20쪽을 번역해 영국 출판사 포르토벨로에 보냈고, 지난해 1월 영국에서 ‘더 베지테리언(The Vegetarian)’이라는 제목으로 책이 출간됐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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