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美변호사 양성 가능 로스쿨…졸업생 70%가 합격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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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3  |  수정 2016-05-23 07:24  |  발행일 2016-05-23 제3면
포항 한동대 로스쿨 ‘국제변호사의 산실’
국내 유일 美변호사 양성 가능 로스쿨…졸업생 70%가 합격
2015년 한동대 로스쿨 졸업식 기념 사진. <한동대 로스쿨 제공>
국내 유일 美변호사 양성 가능 로스쿨…졸업생 70%가 합격
지난달 한동대 로스쿨에서 열린 모의법정 대회 현장.
국내 유일 美변호사 양성 가능 로스쿨…졸업생 70%가 합격
한동대 로스쿨 재학생이 법률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모습.

포항에 위치한 한동대 로스쿨은 국내 유일의 미국식 로스쿨이다. 첫 졸업생이 나온 2005년 이후 매년 30명 가까운 미국 변호사를 배출하는 놀라운 성과를 올리고 있다.

미 변호사협회(ABA) 인가 미국 로스쿨의 평균 합격률에 버금갈 정도다. 포항의 자그마한 마을에 위치한 한동대의 오늘을 있게 한 저력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지난 17일 포항에 위치한 한동대에서 올 2월 워싱턴DC에서 실시된 미국 변호사 자격시험에서 25명이 합격했다는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국내 최초의 미국식 로스쿨을 표방하며 2002년 문을 연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의 졸업생(461명)의 70%인 323명이 미국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는 내용이었다. 2005년부터 졸업생을 배출한 점을 감안하면 12년째 한 해 27명꼴로 미국 변호사를 합격시킨 셈이다.

70%대인 한동대 로스쿨의 합격률은 미 변호사협회(ABA) 인가 미국 로스쿨들의 합격률과 맞먹는 성적이다. ABA 인가 중하위권 로스쿨은 합격률이 70%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다. 워싱턴DC 변호사 시험의 평균 합격률은 40% 후반대다.

◆ 15년 전 문 열어

국내 유일의 미국식 로스쿨인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이 명문 로스쿨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지금까지 미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졸업생은 323명. 이 중 6명은 두 곳 이상의 주에서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또 졸업생 중 일부는 인도, 뉴질랜드, 호주 변호사 시험에도 합격했다.


15년간의 성과와 명성
합격률 70%, 美로스쿨과 맞먹어
세계협상대회 非영어권 첫 우승
美·日 주요대 졸업생에게도 인기

교육과정과 경쟁력
수업은 영어로…美보다 학점 많아
한학기 등록금은 890만원 ‘저렴’
국내외 대형로펌·대기업 등 진출


서울에서 KTX로 포항역까지 2시간30분. 포항역에서 한동대 캠퍼스까지는 10분 남짓 걸린다. 동대구역에서 출발한다면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다. 그런 곳에서 미국 로스쿨과 같은 3년 기간의 J.D.(Juris Doctor) 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졸업 이수 학점 면에서 보면 오히려 미국 로스쿨보다 10~15학점이 많은 105학점을 따야 한다. 그만큼 공부를 많이 시키는 학교다.

한동대 로스쿨의 엔로우 원장은 “미국법과 함께 국제법과 국제통상 등에 관한 과목을 더 가르치기 때문에 미국 로스쿨들보다 이수 학점이 많다”며 “특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한국 학생들이 졸업 후 미국 또는 한국에서 국제변호사로 활동하는 데 손색이 없도록 법작문(Legal Writing) 등 실무에 중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한동대 로스쿨에서는 법작문이 2년 과정의 필수 과목으로 편성돼 있다. 4학기에 걸쳐 모두 12학점을 따야 한다.

◆ 한국 로스쿨과는 다른 과목

한동대 로스쿨 커리큘럼의 특징은 한국의 로스쿨과는 사뭇 다른 분야의 과목을 다룬다는 것과 영어 수업이다. 다양한 분야의 과목이 짜임새 있게 구성돼 있다. 미국변호사 자격시험에서 요구되는 채권법, 불법행위법, 계약법, 헌법 등 미국의 실체법(substantive law)과 증거법, 형법 및 형사소송법, 민사소송법, 배상법 등이 한동대 로스쿨에서 3년간 이수해야할 주요 교과목이다.

또 국제거래법, 국제공법, 인권, 국제무역, 국제환경규범 등 국제법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를 해야 한다.

실무과목으로는 고객상담, 중재, 협상, 계약서 작성, 법정변론 등이 개설돼 있다. 여기에다 법철학, 법의 역사, 기독교와 법, 도덕성과 법 등의 과목을 통해 학생들이 법에 대한 가치관과 철학을 정립하도록 하고 있다.

필수과목 외에도 학생들이 특별히 관심있는 분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부 선택과목도 개설돼 있다. 지적재산권, 국제 비즈니스, 인권 관련 과목이 대표적이다.

또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1, 2학년 여름학기를 통해 해외에서 초빙된 석학과 법조인의 특강을 제공한다. 여름학기는 약 1개월간 진행되며, 그동안 제조물책임법, 국제환경법, 이슬람법, 국제난민 및 보호소 법과 실습, 분쟁해결 및 조정훈련, 갱생 및 재활 중심의 형법 개선 등의 강좌가 개설된다.

수업은 전 과목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입학 전형에서부터 실질적인 영어 구사능력을 갖추고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테스트하며, 입학허가를 받은 학생들 중 영어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입학 이전에 영어강좌를 개설해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킨다.

◆ 우수한 입학생과 저렴한 등록금

아시아지역의 대표적인 미국식 로스쿨인 한동대 로스쿨이 12년째 졸업생을 배출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학부과정을 마쳐야 입학할 수 있는 한동대 로스쿨에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스카이(SKY)대학 출신은 물론 미국의 스탠퍼드대, 코넬대, 캐나다의 퀸즈대, 일본의 와세다대 등 세계 주요 대학의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다. 전공에는 제한이 없으며, 법학은 물론 경제학, 생물학, 디자인, 전기공학, 언론정보학 등 다양한 전공의 학부 졸업생이 국제 법률가를 꿈꾸며 지원하고 있다.

입학 후 학생들은 또 학교 측의 주선으로 국내외 로펌과 법원, 검찰청, 정부기관 등에 마련된 인턴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실무감각을 높인다. 미국 로스쿨 학생들과 똑같이 이론과 실무를 병행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또 학생들은 재학 중 여러 모의 법정 경연대회에도 참가한다. 세계적 모의법정 대회 중 하나인 ‘제섭 국제 모의재판 대회’(Jessup Moot Court Competition)에 해마다 출전하고 있으며, 그 외에 세계협상대회(Negotiation Competition)와 세계상법중재재판대회(International Commercial Arbitration)에도 참가하고 있다. 특히 2008년 세계협상대회에서는 대회개최 20년 만에 비영어권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우승을 하는 쾌거도 이뤘다.

저렴한 학비도 강점이다. 한동대 로스쿨의 한 학기 등록금은 890만원으로 미국 로스쿨의 35~40% 수준이다. 한동대 관계자는 “미국의 로스쿨보다 저렴한 학비로 한국에서 같은 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영어권으로 유학갔다가 한동대 로스쿨로 입학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라오스에서 코라오그룹의 사내변호사로 활약 중인 박수연씨가 대표적인 사례로, 그는 캐나다에서 중·고교를 마치고 한동대, 한동대 로스쿨을 거쳐 미국변호사가 됐다.

법무법인 율촌 김인 변호사는 한국에서 고교를 마친 후 미국 미시간대를 졸업한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한동대 로스쿨을 졸업, 미국 변호사가 됐다. 김 변호사는 “대학을 미국에서 나와 부모님께 금전적으로 많은 부담이 됐는데 학비가 저렴한 한동대 로스쿨에 입학하면서 걱정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 다양한 진로와 높은 경쟁력

엔로우 원장은 “로스쿨 문을 처음 열 때의 비전은 국경없는 국제 변호사 양성이었다”며 “지금은 한동대 로스쿨 졸업생의 활약 무대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미국 변호사를 양성할 수 있는 로스쿨이 한동대 로스쿨 하나뿐인데 수요는 넘쳐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사내 변호사로 채용하는 미국 변호사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100여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동대 로스쿨 졸업생 대부분은 국내외 대형 로펌과 대기업, 정부기관, NGO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한동대 관계자는 “재판에 국한해 생각한다면 한국 변호사에 비해 미국 변호사의 영역이 작아보일 수 있지만 향후 IT와 게임산업, 엔터테인먼트 등의 영역에서 미국 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수요는 엄청나다”며 “미국 변호사의 수요와 공급, 취업률, 보수를 따진다면 한국 로스쿨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국 변호사를 양성하는 한동대 로스쿨이 경쟁력에서 앞선다”고 말했다.

김상현기자 sh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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